정치자금 후원 백태… 묻지마·품앗이·꺾기, 이상한 기부 여전

입력 2013-03-14 20:27 수정 2013-03-15 09:33

신원을 밝히지 않거나 직업을 모호하게 기재한 채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묻지마 기부’ 관행은 여전했다. 국회의원끼리 후원금을 주고받는 ‘품앗이 기부’와 지방의회 의원 및 보좌진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꺾기성 기부’도 적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4일 공개한 2012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에 따르면 직업이나 주소 등을 제대로 기입하지 않은 경우가 182건에 달했다.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의 경우 이름, 생년월일, 주소, 직업, 전화번호 등 인적사항을 기재해야 한다. 구체적인 직업을 알 수 없도록 회사원 또는 자영업이라고 적은 경우도 각각 837건과 780건이었다.

전·현직 의원이 동료 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는 품앗이 기부도 적지 않았다. 새누리당 의원 출신인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은 같은 당 서상기 이학재 김태원 의원에게 500만원씩 후원금을 냈다. 서 의원은 이학재 김태원 의원으로부터도 500만원씩 후원금을 받았다. 김무성 전 의원 역시 같은 당 서용교 이헌승 의원에게 500만원씩 보탰다. 특히 이재오 김장실 의원은 400만원과 500만원을 자신에게 후원하는 ‘셀프 기부’를 했다.

여야 국회의원 10여명은 지역구 소속 지방의회 의원들로부터 300만원 이상 고액 후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지방의회 의원들은 연간 500만원인 1인당 기부 한도를 채웠다.

개인 친분에서 후원금이 오갔다면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국회의원이 지방의회 의원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순수한 후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김진표 김춘진 의원 등은 보좌진으로부터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기업체 후원도 잇따랐다. 경남 진주 출신인 손길승 SK 명예회장은 새누리당 여상규 김재경 박대출 의원 등 경남지역 의원들에게 500만원씩 냈다. 민주당 김성곤 의원은 홍석조 보광훼미리마트 회장으로부터 500만원을 후원받았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