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기·녹취록 존재 여부 ‘뜨거운 감자’… 文·安 단일화 뒷얘기 점입가경

입력 2013-03-14 19:10 수정 2013-03-14 22:20

지난 대선 때 야권 후보 단일화 뒷얘기를 둘러싸고 민주통합당과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 측의 감정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경쟁적 동반자이자 파트너’였던 양 진영이 결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갈등은 안 전 교수가 귀국하기 며칠 전부터 본격화됐다. 민주당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은 지난 7일 “안 전 교수가 후보직을 양보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제안했는데 문재인 전 후보가 거절했다”고 공개했다. 그러자 안 전 교수를 향해 줄기차게 입당하라고 압박해온 당 지도부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민주당은 부인한 뒤 반격에 나섰다. 한 중진 의원은 8일 “안 전 교수는 선거 지원 조건으로 ‘차기 대통령은 안철수’란 발언을 하라는 등 황당한 요구를 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안 전 교수는 13일 “실익도 없는데 그런 말을 할 바보 같은 사람이 어딨느냐”고 일축했고, 14일에도 “이미 말한 바와 같다”고 재차 부인했다.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 측 단일화 협상팀장이었던 박영선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공식 협상 이외의 이야기는 가슴에 묻고 가는 게 맞다”면서도 “속기록은 서로 합의 하에 공개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안 전 교수 측 협상팀 인사는 “당시 민주당의 황당한 제안이 있었고, 그쪽도 우리 의견 중 어떤 부분에는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 대선에 패한 마당에 공개해서 어쩌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속기록이나 녹취록의 존재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안 전 교수 측 인사는 “처음 몇 번은 속기록을 만들었지만 곧 중단했다. 녹취록 역시 반대해서 남기지 않았다. 만약 민주당이 갖고 있다면 ‘신사협정’을 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항간에 떠도는 몇몇 인사와 안 전 교수의 연대설에도 양측 모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 중심에 있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손·안 연대설은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박 시장은 “안 전 교수가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선언 전 전화를 걸어왔다”면서도 중립적 입장을 고수했다.

안 전 교수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와 안 전 교수의 혁신경제는 궤를 같이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밑에서 자연스럽게 창조되는 게 창조다. 위에서 명령하듯 하면 창조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과거 그의 멘토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팟 캐스트’에서 안 전 교수를 향해 “여전히 모호한 말을 한다” “부자 동네인 미국 샌프란시스코가 아닌 아프리카 의료봉사를 했어야 했다”는 등의 쓴소리를 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