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선 용산개발사업 정상화 가능할까… ‘111층→ 80층 이하로 축소’ 민간출자사 반응이 관건
입력 2013-03-14 19:02 수정 2013-03-14 22:35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따른 시장 혼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용산개발사업 최대주주인 코레일이 사업계획 변경을 통해 사업을 재추진키로 했다. 이는 파산은 막아야 한다는 정부와의 교감 아래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용산개발사업 파산으로 줄소송이 이어질 경우 이명박 정부 초기 발생한 ‘촛불집회’와 같은 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용산개발사업 규모 축소해 재추진”=코레일은 14일 용산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의 디폴트로 반환 사유가 발생된 토지대금에 대해서는 저금리 차입을 일으켜 반환하고 토지를 모두 회수해 사업을 재추진해갈 방침을 밝혔다.
사업계획 변경안은 사업성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111층 랜드마크빌딩 등 초고층 빌딩의 층수를 80층 이하로 대폭 낮춰 건축비를 절감하고 과잉공급 상태인 오피스와 상업시설 비중을 낮추는 대신 중소형 아파트를 늘리는 것이다. 새 정부 주거복지 정책 방향에 맞게 임대주택 규모를 대폭 확대한다는 방안도 담길 예정이다.
하지만 코레일 사업계획 변경안을 민간출자회사들이 수용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또 손실을 볼 처지에 놓인 민간출자사들이 크게 반발,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업지구 내인 서부이촌동 주민들에 대한 보상금을 선지급하는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드림허브는 15일 오전 10시 이사회를 열어 사업계획 변경안과 정상화 방안 등을 논의키로 했다.
◇경매 등 위기감 확산돼=서부이촌동 주민들은 경매 공포에 휩싸였다. 당초 2006년 서부이촌동은 용산개발사업 부지에 해당되지 않았지만 2007년 8월 당시 오세훈 전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계획과 맞물리며 사업 부지에 편입됐다. 이후 6년여 동안 대림·성원아파트 등 2300여 가구 주민들은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보상만 기다려왔다. 특히 보상을 믿고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새 집을 사거나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주민들도 상당수다. 따라서 용산개발사업이 파산할 경우 대거 경매에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빚을 못 갚아 경매에 넘어간 서부이촌동 아파트는 2007년 28건에서 지난해 113건까지 늘었다.
또한 다른 대형 개발사업들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이미 서울 상암DMC 부지 랜드마크빌딩(133층)은 사업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업자가 개발을 포기했고,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 글로벌 비즈니스센터(110층) 역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특히 KTX 충북 오송역 일대 50만여㎡를 개발하는 오송 역세권사업의 경우 지난달 1차 사업자 공모는 물론 오는 29일로 연장된 2차 공모에도 현재 참여한 민간업체가 없다.
◇서울시 “할 수 있는 일 없어”=주민들과 법정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시로서는 부담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 전 시장 때 서부이촌동 한강변 아파트단지까지 사업에 편입시켜 문제가 더 커졌다”며 “용산개발사업이 민자사업이라 서울시가 돕고 싶어도 현재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시는 주민피해 최소화 방안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주민들이 5∼6년 재산권 행사도 못하고 어렵기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투자자 간 합의가 이뤄지면 시가 함께할 수 있는 일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코레일은 물론 시를 상대로도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라동철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