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출신 첫 교황 선출] 가톨릭 권력 무게중심 이동… 라틴파워 부상할까

입력 2013-03-14 18:55


로마 가톨릭교회 2000년 역사상 첫 남미 출신 교황 선출을 계기로 그동안 유럽이 독점해 왔던 교회 권력 중심이 남미 대륙으로 넘어갈지 주목된다.

우선 유럽의 식민지배 역사와 함께 시작된 라틴아메리카의 가톨릭교회가 이제는 전 세계 가톨릭 개혁과 현대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라틴아메리카가 가톨릭의 보루로 등장했다”고 표현했고, 워싱턴포스트는 “가톨릭의 최중심부가 지구 남쪽으로 이동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명실상부한 ‘라틴 파워(Latin-power)’로 이어질지, 아니면 형식적인 권력 분점에 그칠지는 신임 교황의 행보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은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일단 그의 교황 선출은 기존 유럽 중심의 가톨릭교회로는 잇따르는 개혁 요구와 현대화 흐름에 부응하기 어렵다는 교회 전반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세속주의가 널리 퍼지면서 가톨릭 위기론까지 거론되는 유럽의 추기경으로는 개혁을 주도적으로 이끌기 어렵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번에는 비유럽권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관측된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BBC방송 등은 콘클라베 전부터 바티칸 내부인사 또는 밀라노 등 영향력이 큰 교구의 추기경들은 교황 후보에서 사실상 의도적으로 배제됐다고 14일 보도했다.

이런 변화는 전 세계 가톨릭 인구 추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가톨릭교회는 최근 100년간 급격한 변화를 겪어왔다. 1900년 당시 전 세계 신자 2억9000만명 중 70%는 유럽인이었다. 하지만 현재 가톨릭 신자 11억6800만 명 중 유럽인은 2억7700만명(23.7%)에 불과하다. 반면 중남미는 4억8300만명(41.3%)을 차지한다. 가톨릭 인구 1·2위 국가 역시 브라질과 멕시코다. 교황을 배출한 아르헨티나는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 가톨릭 신자다. 아시아·아프리카 역시 3억명이 넘는다. 교회 권력은 유럽이 쥐고 있었지만 저변은 이미 중남미로 넘어간 것이다.

그렇다면 남미 출신의 교황 탄생이 곧바로 가톨릭 개혁 또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럽과 남미, 유럽과 제3세계를 잇는 교량 역할을 하고, 변화 역시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가 현재로선 우세하다.

그러나 반론도 존재한다. 유럽 중심주의가 강한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이 개혁을 앞장서 이끌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지타운대 조지프 팔라시우스 교수는 “아르헨티나인들은 자신들이 제3세계 국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새 교황은 시리아 출신 그레고리오 3세(731년) 이후 1282년 만에 탄생한 비유럽권 출신이다. 그러나 부모는 모두 이탈리아인이다. 이 때문에 권력의 중심이라는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바티칸 주류세력으로부터 ‘차선의 선택’을 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유럽에선 “이탈리아 뿌리를 가진 교황”으로 새 교황을 부르고 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