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출신 첫 교황 선출] 새 교황 프란치스코의 과제는

입력 2013-03-14 18:56


아메리카 신대륙에서 온 이탈리아 혈통의 새 교황. 위기에 처한 가톨릭교회가 절묘한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인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교리에 해박한 학자이면서 가난한 이들과 한 아파트에서 생활해온 목회자다. 지리적으로는 파격적이면서도 로마 가톨릭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고, 교리를 무시하지는 않겠지만 얽매이지도 않을 인물이다.

“(교황에 선출된)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콘클라베에 앞서 열린 추기경 회의에서 바티칸이 안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고 전한 바티칸 전문가 존 타비스는 “바티칸 체제의 철저한 아웃사이더인 그가 지금 가톨릭에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낼 인물이란 확신을 동료들에게 심어주었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가톨릭교회는 여리고성처럼 거대한 벽 앞에 서 있다. 바티칸 은행이 마피아의 돈세탁 창구가 됐다는 의혹으로 이탈리아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고, 2차대전 당시 파시스트와 협력해 치부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전 세계에서 벌어진 성추문 사건을 조직적으로 덮었다는 비난, 교회의 개혁을 추진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은 퇴색하고 교황중심주의와 사제중심주의로 회귀했다는 실망감, 동성 결혼과 여성 사제 그리고 피임을 금지하고 있는 교리까지 모두 새 교황이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시장통으로 변질된 성전을 채찍을 휘두르며 정화에 나선 분노한 예수보다는 죄인들과 함께 어울리며 수많은 이들을 복음 앞으로 불러들인 친근한 예수의 모습과 더 가까워 보인다. 교회 개혁의 과제 앞에서도 그는 물맷돌을 들고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이 되기보다는 나팔을 불고 행진하며 여리고성을 무너뜨린 여호수아의 길을 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바티칸 관료들이 위협을 느낄 만한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지는 않으면서 소박하고 친근감 있는 모습으로 교회의 위상을 제고할 것”이라고 NYT는 내다봤다.

타 종교와의 대화, 해방신학의 인정과 사회참여 문제에서도 새 교황의 선택이 주목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교황 프란치스코가 “다른 종교와의 대화에 열려 있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해방신학에서 중요한 성인으로 추앙하는 프란치스코를 자신의 이름으로 선택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그가 해방신학자는 아니지만 가난한 이들을 돕는 사회복음 사역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2010년 아르헨티나 정부가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을 때 앞장서 반대했다. 피임에 대해서는 에이즈 예방 등을 위해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다소 유연한 입장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