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값 유통비 거품 심각… 배추 67%·사과 43%나
입력 2013-03-14 18:48 수정 2013-03-14 22:31
강원도 평창 농가에서 재배한 고랭지배추의 산지가격은 포기당 1345원이다. 이 배추가 산지유통인이나 지역농협을 통해 출하될 때는 가격이 2515원으로 올라간다. 도매시장으로 배추가 넘어가면 가격은 다시 3180원으로 상승하고 소비자들은 이 배추를 마트에서 포기당 4110원에 산다. 산지가격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금액으로 유통비용이 2765원, 전체의 67.2%를 차지한다.
사과는 도매시장에서 마트나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유통비용이 대폭 상승한다. 사과 1㎏의 산지가격은 2773원, 출하가격은 3180원으로 비교적 큰 차이가 없다. 도매상인들은 이 사과를 3684원에 산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 사과를 4887원에 사야 한다. 도매에서 소매로 넘어올 때 비용이 1203원 상승하기 때문이다. 사과의 유통비용은 2114원으로 전체의 43.2%를 차지한다.
과도한 농축산물 유통비용을 줄여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정부대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서민물가 안정을 연일 강조한 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를 방문해 농축수산물 유통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주문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유통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그동안 전국을 다니면서 살펴보면 농축산물 현지에서는 밭을 갈아엎을 정도로 낮은 판매가 때문에 고통을 받는데 정작 소비자들은 지나치게 높은 가격 때문에 밥상 차리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비정상적인 유통구조 때문에 농축산물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직거래 등 새로운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도매시장 운영을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통비용은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의 격차를 이해하는 핵심어다. 유통단계가 많게는 7단계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물가와 정부 통계는 어긋나기 일쑤다. 운송비와 수수료, 점포관리비 등 기본비용이 포함돼 있다고는 하지만 유통단계를 간소화해 유통비용을 줄이는 것은 농축산물 가격을 낮추는 지름길로 인식돼왔다.
정부는 이미 유통구조 개선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대대적인 유통구조 개혁 작업에 들어갔다. 산지수집에서 도매시장을 거쳐 최종소비자 판매까지 5∼7단계를 거쳐야 하는 농수축산물 유통단계를 대폭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지역농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로컬푸드와 같은 직거래형 농산물 유통거래를 활성화하고 내년까지 농산물직거래법 제정을 통해 직거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축산물은 생산부터 판매까지 일괄관리가 가능한 협동조합형 모델을 육성한다.
거점을 마련해 유통단계를 줄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올해 경기도 안성에 건립되는 농산물도매물류센터를 전남 장성, 경남 밀양, 강원, 제주 등 전국 권역별로 개설하는 등 거점별 산지유통센터와 도매물류센터를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