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기성회비는 교수님들 ‘쌈짓돈’… 교직원 활동비 등 근거없는 수당으로 펑펑
입력 2013-03-14 18:40
학생들이 낸 기성회비를 교직원들에게 선심성 복지비로 지급하는 등 기성회비를 ‘쌈짓돈’처럼 펑펑 써온 국립대들이 대거 적발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7∼9월 실시한 전국 25개 국립대 대상 기성회 회계 집행실태 점검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국립대 기성회비는 정부 재정 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학교의 시설 확충과 운영비로 사용하기 위해 1963년 도입됐다. 입학금·수업료·기성회비로 이뤄진 국립대 등록금 가운데 기성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이다.
감사 결과 가장 많이 적발된 사례는 법적 근거 없는 교직원 수당 지급이었다. 25개 대학 중 19개 대학이 201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수당 및 활동비 명목으로 교직원에게 총 16억9961만5000원을 편법으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A대학은 국고에서 직책수행경비를 받는 총장과 총무과장에게 특정업무수행경비로 매달 각각 160만원, 60만원씩 지급했다. 또 이 대학은 신입생 대상 예절특강을 한 총장에게 특별강사료 명목으로 150만원을 주기도 했다.
B대학은 보직자에게만 주는 직책수행경비를 무보직자인 6∼7급 직원들에게도 매월 12만원씩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C대학은 교수회 임원 7명에게 매월 20만∼8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했다.
직원 복지비를 과다 집행한 사례도 적발됐다. D대학은 국고에서 명절휴가비가 나오는데도 매년 설과 추석 때 ‘복지개선비’ 명목으로 2년간 직원 1인당 20만원씩 총 3억5520만원을 지급했다. E대학은 총장의 개인 주택을 관사로 지정해 2010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기성회 회계에서 총장 관사관리비 총 1086만5000원을 냈다.
이밖에도 11개 대학은 교직원이 본인을 포함해 자신이 맡은 업무를 하는 담당자에게 주는 운영수당, 사례비 등으로 총 2억4418만2000원을 집행했다. F대학은 ‘교육역량 강화사업’ 담당자에게 계획서 작성 수당으로 100만원을 지급하는 등 연구수당 명목으로 사업 담당 직원 51명에게 총 4788만9000원을 지급했다.
교과부는 이번에 적발된 대학의 관련 교직원에 대해 주의·경고 등의 조치를 하고, 부당하게 총장과 직원들에게 준 돈을 회수하도록 각 대학에 요구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등록금 인상 등 학생 부담 경감을 위해 앞으로도 각종 감사·점검 등으로 국립대 기성회 회계 집행의 투명성과 적정성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