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선출 싸고 내분 소송전까지…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 두 쪽
입력 2013-03-14 18:33
매헌(梅軒) 윤봉길 의사 기념사업회가 두 세력으로 갈려 내분을 겪고 있다. 일부 회원들이 현 황의만(67) 회장 선출 과정이 위법했다며 소송까지 제기해 갈등이 더 격화되는 양상이다.
사업회의 내부 갈등이 가시화된 것은 지난해 3월 회장 선출을 위해 치러진 총회 전후부터다. 회장 자리를 두고 사업회는 황 회장과 김진우(81) 전 헌법재판관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나뉘었다. 14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임원 A씨에 따르면 황 회장 측은 지지 세력을 늘리기 위해 선거 전인 2011년 12월 말 지인 140여명을 한꺼번에 회원으로 가입시켰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김 전 재판관 측은 그보다 많은 160여명을 동시에 회원으로 등록시켰다. 이런 식으로 양 측이 신입 회원을 동원하면서 10여년간 300명 수준이던 회원 수는 회장 선출 직전 900여명까지 늘었다.
A씨는 “윤 의사의 조카인 윤주 부회장이 고교 동창인 황 회장을 지원하자 전부터 실질적으로 사업회를 관리해온 윤 부회장의 운영 방식에 반감을 갖고 있던 회원들이 맞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팽팽한 대립 속에 총회에선 고성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결국 이사회는 김 전 재판관 측 세력이 빠진 채 황 회장을 선임했다. 이에 김 전 재판관 측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회장 선임 결의는 무효”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당사자인 회원 안모씨 등은 “황 회장과 윤 부회장이 사업회를 사유화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뽑혔다”며 상대편 주장을 일축했다. 신입 회원 동원에 대해서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10여년간 사업회에 몸담고 있는 한 회원은 “윤 의사를 기리기 위한 사업회가 이권다툼이 벌어지는 정치판처럼 변해버렸다”며 씁쓸해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강형주)는 회장 선출 과정의 위법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지난달 안씨 등의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 관계자는 사업회 갈등에 대해 “지리멸렬하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