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최군 중학교 담임교사, 폭력 피해 알고도 방치했다

입력 2013-03-14 18:30 수정 2013-03-14 22:27


경북 경산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교생 최모(15)군이 다녔던 중학교가 학교폭력 사실을 알고도 방치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하지만 해당 중학교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입단속에만 치중하고 있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또 숨진 최군이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폭행을 당했으며, 교실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진술도 나왔다.

14일 경산경찰서에 따르면 최군이 2011년 여름 가해학생에게서 발로 걷어차인 사실을 담임교사가 알고 있었다. 당시 담임교사는 “최군이 가해학생에게 맞아 멍이 생겼다”고 어머니에게 알렸지만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그동안 중학교 측은 “(최군이) 동급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주장했었다. 학교폭력자치위가 2011년 네 차례 열렸지만 최군의 피해사실은 파악하지 못해 열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고교 기숙사에서 지난 6일 또는 7일 오후 9시쯤 박모군이 최군의 배를 걷어찼다는 진술을 확보하는 등 고교에 진학한 뒤에도 폭력이 이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군이 2011년 7월쯤 교실에서 같은 반 친구 권모군으로부터 성기를 꺼내보라는 요구를 받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는 진술을 최군 중학교 동기로부터 확보했다”고 밝혔다. 권군은 최군의 유서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이다. 경찰은 최군 유서에 언급된 학생 5명을 15일 소환할 방침이다.

최군 어머니(47)는 “결국 학교가 방치한 폭력이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갔다. 학교지킴이도, 정문 앞 경찰도 다 보여주기 식이었다”고 울부짖었다.

정부는 이날 관계부처 차관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교과부 법무부 행안부 문화부 복지부 여가부 등이 모였다. 앞서 배포된 ‘총리실장 주재 긴급 관계부처 차관회의 개최’ 자료에는 각 부처의 대책들이 담겼다. 그러나 1년 전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 뒤 보여준 모습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법무부는 각급 학교에 법복(法服) 지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중장기 대책으로 들고나와 빈축을 샀다. 각급 학교에서 진행되는 학생자치법정에서 쓰이는 판사복·검사복 지급을 확대하고 학교에 매뉴얼을 보급하고 전문 강사를 파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다른 부처 역시 기존 대책을 짜깁기하거나 보여주기식 대증요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각급 학교에 설치된 CCTV를 40만 화소에서 100만 화소로 성능을 높이는 방안 등이 안건으로 논의됐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산=김재산 기자,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