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이견에… 담배끊기보다 어려운 흡연규제

입력 2013-03-14 18:22

담배 및 흡연 규제 정책이 정부 부처간 이견으로 곳곳에서 암초를 만났다. 담뱃값 인상에 이어 흡연경고 그림과 담배연기 성분 공개, 담배회사의 후원 금지 등을 담은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기획재정부의 수용 불가 방침으로 이른 시일 내 실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복지부가 목표로 잡은 ‘이르면 올 4월 시행’은 이미 물 건너갔다.

14일 복지부와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입법예고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현재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복지부는 입법예고 기간 ‘후원 금지’ 조항에 대해 지자체와 예술단체 등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전면 금지’서 ‘선별적 금지’로 한 발 후퇴한 적도 있지만 법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돼 원안대로 추진키로 했다(국민일보 2012년 11월 23일자 9면 보도). 하지만 이번엔 기재부가 난색을 표시했다. 경고 문구나 성분 공개 등 조항이 담배사업법 25조 내용과 중복돼 ‘이중 규제’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규개위는 두 부처 간 조정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견이 커 난항이 예상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증진법 개정안은 ‘저타르, 라이트’ 등 오도(誤導)문구 사용 금지, 경고그림 도입, 후원 금지 등 담배사업법보다 강화된 규제책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기존 담배사업법을 통해서도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고그림의 경우 미국에서 위헌 판결이 났다”면서 “상반기 중에 자체 연구 용역을 통해 도입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배회사 후원 금지도 ‘기업의 기부활동 위축 우려’ 등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최근 현오석 장관 후보자가 담뱃값 인상에 대해 국민 부담과 물가 인상 우려 등의 이유로 유보적 입장을 표시한 상태다.

금연운동협의회 김은지 사무총장은 “흡연 규제를 담배사업자와 관련있는 부처에서 하는 것 자체가 시대에 떨어진다. 미국은 식품의약국(FDA)에서 담배의 생산 유통 규제 등을 도맡고 있다”면서 “우리도 담배사업법 등에 산재돼 있는 담배 관련 내용을 모아 담배관리법을 제정하고 국민건강 관련 부처에서 통합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