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에 첫 남미 출신 베르골리오… 첫 인사는 “형제 자매여, 안녕하십니까”
입력 2013-03-14 18:21 수정 2013-03-15 01:07
“형제 자매여, 안녕하십니까(fratelli e sorelle, buona sera).”
새 교황 프란치스코의 첫인사는 평범한 인사말이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사퇴의 변으로 사용한 바티칸의 라틴말이 아닌, 뜻밖에도 교황청 담장 밖에서 선남선녀들이 사용하는 이탈리아말이 튀어나왔다.
13일(현지시간) 저녁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의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를 덮었던 붉은 커튼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흰 가운에 은빛 띠를 두른 이가 등장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다. 비가 내려 어둠이 더욱 짙게 깔린 광장에서 이틀을 참고 기다렸던 이들의 환호성이 그를 맞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인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는 이탈리아에서 이민 온 아르헨티나 철도 노동자의 다섯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최초의 남미 출신, 최초의 예수회 출신, 처음으로 가난한 이들의 성인 프란치스코를 이름으로 선택한 266대 교황이다.
팡파르가 울리는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은 발코니 아래 환호하는 군중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지금 막 12억 가톨릭 신도의 영적 지도자라는 두려운 사명을 받은 흥분과 긴장을 숨기지 못하는 듯했다. 숨을 깊이 들이쉬며 호흡을 고른 뒤 그가 오른손을 살짝 들자 수천개의 플래시가 별처럼 화답했다.
교황은 자신을 ‘로마의 주교’라고 낮췄다. “여러분도 아시듯 콘클라베는 로마의 주교를 선택하는 일이죠. 나의 형제 추기경들은 지구 끝에서 온 사람을 찾아냈습니다. 여기 우리가 함께 있습니다.”
바티칸과는 거리를 두고 아르헨티나에서 활동했던 자신이 교황이 된 것을 이처럼 유머스럽게 표현했다. 이탈리아어로 말한 덕에 광장에 모인 이들도 함께 웃을 수 있었다. 그는 선임 교황을 위해 잠시 기도한 뒤 말을 이어 갔다.
“여러분께 부탁합니다. 잠시 침묵하며 저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옆에 선 사제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광장이 숙연해졌다. 우리에게 축복을 부탁하는 교황이라니.
“좋은 밤입니다. 편히 쉬세요.”
교황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를 외쳤다. 유머가 있고 대화할 줄 아는 교황이 탄생했음을 전 세계가 목격한 순간이었다. 14일 아침 그는 평화의 모후 대성전에서 기도를 드리며 교황으로서의 새로운 날을 시작했다. 대중 앞에는 17일 미사 집전 때 다시 나온다. 교황 취임 미사는 19일 오전 9시30분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