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 1주년… 車부품·석유제품 수출 ‘쑥’, 농식품도 7% 늘어

입력 2013-03-14 17:50 수정 2013-03-14 18:24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뒤 1년 동안 대미 수출은 1.4% 증가했고 수입은 9.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한·미 FTA의 성과로 유럽재정위기 등으로 세계경제가 어려운 와중에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반면 농민단체 등은 잇따른 FTA 발효로 인해 희망을 잃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정부는 14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해 3월 15일 발효된 한·미 FTA 1주년 성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한·미 FTA는 높은 수준의 개방을 통해 상호 간 교역 확대 및 투자 활성화 계기를 제공해 우리 경제에 활력을 제공했다”며 “특히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 증대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고 자평했다.

지난 1년간 대미 교역액은 96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은 570억 달러로 소폭 늘었지만 수입이 399억 달러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석유제품(29.3%)과 자동차부품(10.9%)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FTA 관세인하 품목의 수출이 전체적으로 10.4% 늘었다. 반면 반도체, 항공기 및 부품 등 관세 변동이 없는 품목의 수입이 20.1% 줄어들면서 전체 수입 감소를 이끌었다.

대미 농식품 수입은 16.8% 감소했고 수출은 7.0% 늘어나 FTA 발효 이후 농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당초 전망을 무색케 했다. 관세 즉시 철폐 품목인 김(38.9%), 음료(34.2%), 김치(28.7%), 라면(11.7%)이 대미 농식품 수출을 주도했다. 대미 수입 감소의 원인으로는 북미 기상이변에 따른 미국 내 곡물생산 및 수출 감소와 축산 부문 내수 공급 확대가 꼽혔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의 대한국 투자는 FTA 발효 전인 지난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하는 등 주춤했지만 발효 이후 2∼4분기에는 70.5% 급증한 것으로 집계했다. 특히 한·미 FTA 네트워크를 활용한 다른 나라의 투자도 늘어 지난해 총 외국인 투자 유입은 사상 최대치인 162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미 FTA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재협의와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아직 많다. 정부는 미국과 협의해 ISD의 개정 또는 보완을 논의할 서비스투자위원회를 만들었지만 부처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재협상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 인정 역시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한·미 FTA는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 인정문제를 협정 발효 후 논의할 수 있도록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설치토록 규정했다. 하지만 FTA 부속서에서는 한반도의 비핵화 진전, 역외가공지역 지정이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원산지 논의 기준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선 논의 자체가 쉽지 않다.

농민단체들은 여전히 FTA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경북연맹 최창훈 사무처장은 “기업농 육성에 치우친 정부의 대책은 전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며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농 충북연맹 김희상 사무처장은 “한·중 FTA까지 겹치면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한시적인 대책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