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공모 당선작-최우수작] 은총
입력 2013-03-14 17:25
새가 못이 되어 날아와 박힌다.
외마디 신음만 들릴 뿐, 추락하는 그림자 사이로
달이 새파랗게 질려 보고만 있다
툭 소리에 머리칼은 깃털처럼 흔들리지만
나무는 날아가지 않는다, 도망치지 않는다
떨어지는 것들은 깃털이 아니라 그늘진 울음이 된다
쇳조각의 속박이 아닌
은색 알갱이가 스며드는 뿌리의 언약은
밑동이 잘려도 나무를 말없이 버티게 한다
금속의 차가운 시간은 되레 떠내려갔던 해를 염원한다
느슨하지만 진한 여명에
못이 새가 되어 강가에 가 목을 축인다
녹슨 부리에서 녹물이 그림자를 벗기고
핏빛으로 새어나온다, 둔탁한 쇳소리가 고인다
씻겨라, 씻어라
나무의 주인은, 물의 주인은
새와 못의 주인은 양팔을 뻗고도
은은한 강물을 영겁으로 흘러 보낸다
다만 아프다 말하지 않았다
김승철
수상 소감
끝없이 반성하며 글 쓰겠다
어릴 적 급한 일이 생겼을 땐 전 엄마를 불러댔습니다. 엄마가 만능해결사가 아니란 걸 안 나이에, 저는 마음속으로 기도를 합니다. 용기를 달라고, 지혜를 달라고, 신념을 달라고. 이 본능적이고 가엾은 울음을 들어주시는 분은 딱 한 분입니다. 하나님, 감사드립니다. 저는 모범적으로 사는 게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다만 시를 쓰면서 끝없이 저를 반성하고 이 세계를 한 획이라도 조금씩 배워나간다는 자세로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