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공모 당선작-우수작] 해질 무렵에

입력 2013-03-14 17:26


붉은 울음이 온 바다를 적시고 있다

아직 못다 한 말이 남아 있음이다

쉽사리 떠나지 못하는 미련이 각혈을 토해낸다

허기진 꿈을 찾아 쉬지 않고 달려온 길

때로는 구름이 시야를 가려 길을 잃었다

때로는 비바람이 몰아쳐서 제 길을 놓치기도 했다

휘청거리는 몸짓으로 영혼을 팔아 어둠을 찾았다

폭우가 쏟아지면 불안정한 기단이 몰고 온

이상기후와 태풍으로 내 안의 뿌리들은 쉽게 뽑혔다

한 낮의 빛살이 길을 잃고 하루에도 몇 차례 사이렌이 울렸다

매일 복권방을 배회하며 황금을 캐러 눈빛을 모았다

삶의 편견으로 몸을 가누지 못해 오후가 휘청거리고

육체가 정신보다 몇 배 더한 중량으로 물구나무 선 채

내가 그인지, 그가 나인지 나를 찾지 못하는 시간이다

발가벗은 마음을 펼쳐놓고 울부짖는 하루의 종착역에서

달려온 길을 후회하며 기원을 심는 하루가 짧기만 하다

해가 지고 나서도 식지 않는 그 붉은 힘은 무엇일까

내일의 생명이 부르는 소리에 심장이 떨린다

어둠이 한 올 한 올 매듭을 지으며 다가와도

불꽃처럼 타 오르는 믿음은 꺼질 줄 모른다

그리움의 끝으로 마음이 열리고 시름이 녹아 내린다

그래서 하나님은 붉은 눈물로 하루를 돌아보게 하는가 보다


유지호

수상 소감

믿음으로 지켜봐 준 가족들에 감사


밤새 온몸이 욱신거리는 몸살을 앓았습니다. 거친 살갗을 뚫고 움이 트는 믿음을 보았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계 불량의 늪에서 늘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당신이 손을 내밀며 한 걸음 다가오면 나는 두 걸음을 달아났습니다. 스물 네 시간 술래 잡이의 하늘이 제가 가는 곳마다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제 마음을 열어 밝은 빛을 보겠다고 다짐합니다. 믿음으로 늘 지켜봐 주는 아내, 반듯하게 자라는 두 아들과 함께 작은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