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막돼먹은 영애씨’ 주인공 김현숙 “캐릭터 강해 고민도… 지금은 시즌 11 자부심 더 커”

입력 2013-03-14 17:15


케이블 채널 tvN이 방영하는 국내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가 14일 방송 200회를 맞았다. 2007년 4월 첫 방송돼 지금까지 시즌 11까지 만들어진 끝에 거둔 성과다.

‘…영애씨’의 여주인공 이영애는 청순함의 대명사 배우 이영애(42)와 달리 예쁘지도 않고 성격도 ‘막돼먹은’ 편이다. 하지만 그는 약 6년 동안 시청자 곁을 지키며 이젠 우리 사회 미혼여성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드라마 역시 케이블 방송가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입지를 굳혔다.

드라마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여성의 일상을 리얼하면서도 코믹하게 그려낸다.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좌충우돌 로맨스도 매회 흥미를 돋운다.

하지만 이 작품의 장수 비결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극중 이영애 역을 연기하는 연기자 김현숙(35)의 힘이다. 그는 대학(경성대 연극영화과) 시절 연극 무대에서 다진 기본기에 영화(‘미녀는 괴로워’ 등), 코미디(‘개그콘서트’)를 오가며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작품의 인기를 견인해 왔다. 지난 12일 ‘…영애씨’ 200회를 기념하는 조촐한 파티가 열린 드라마 촬영현장을 찾아 김현숙을 만났다.

-방송 200회를 맞았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2007년 처음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가 생각난다. 16부작 드라마로 알고 출연에 응했었다. ‘시즌제’라는 개념이 희미할 때다. 그런데 시즌이 계속 이어지면서 이 자리까지 왔다. 시청자들께 정말 감사하다. 배우라는 직업은 내가 택한 직업이지만, 이 직업은 시청자의 피드백(반응)이 없다면 연명할 수 없는 분야다. 방송도 마찬가지고.”

-장수 비결을 자평하자면.

“대중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감’이다. 작품 속 캐릭터가 보는 이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더 이상 다룰 에피소드가 없을 거 같은데 새로운 이야기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계속 결혼엔 실패하는) 영애의 삶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고(웃음).”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그만두고 싶을 땐 없었지만 마음이 힘든 때는 있었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내가 일상에서도 김현숙의 삶이 아닌 영애의 삶을 살고 있더라. 영애는 시련을 겪으면서 매 시즌을 끝냈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렇다보니 간 수치가 갑자기 올라가는 등 건강에 이상이 생긴 적도 있다. 지금은 노하우가 생겨 시즌이 끝나면 여행을 다니는 등 스스로 ‘힐링’하는 법을 터득했다.”

-김현숙에게 ‘…영애씨’는 양날의 칼일 수 있다. 배우로서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드라마지만, 캐릭터가 너무 강하다보니 다른 작품에 출연할 때 시청자들은 어색함을 느낄 수 있는데.

“가끔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이걸(‘…영애씨’) 하고 있어서 다른 작품 출연 제의가 잘 안 오고 있는 건가’ ‘영애 때문에 다른 기회를 날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자부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여배우가 장르를 막론하고 한 작품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경우는 드물지 않나.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김현숙에게 작품 속 이영애는 어떤 존재인가.

“예전에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때 항상 하는 답변이 있었다. ‘제가 영애이고 영애가 저죠(웃음).’ 그런데 이젠 한 발 물러서서 영애를 바라보게 된다. 내가 몰라서 그렇지 세상 어딘가에 영애가 실제로 살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너무 이른 나이에 좋은 역할을 맡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