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성국] 서비스 산업에서 활로 찾자

입력 2013-03-14 18:28


작년에 발표된 일본정부의 통상백서에 따르면,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오는 2022년에 역전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즉 브릭스(BRICs)를 비롯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의 경쟁우위의 격차가 해마다 단축되고 있으며 앞으로 9년 후에는 드디어 개도국이 GDP에 있어서 선진국을 추월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샌드위치론’이 실제상황이 될 수 있는 날이 다가온다는 의미도 된다.

선진국이 개도국에 대해 경쟁적 우위에 설 수 있으려면 연구개발과 혁신을 통해 지속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판세를 읽어보면 개도국이 선진국의 제품과 제조공정을 흉내 내어 추월해 오면 선진국은 제품과 공정의 혁신을 통해 큰 폭으로 도약함으로써 개도국의 추월을 따돌려왔다. 최근에 와서 선진국들은 이러한 도약의 힘을 잃고 있어 두 주자 간의 간격이 좁혀지는 형국이다.

우리나라가 무섭게 따라오고 있는 추격자들에게 따라잡히지 않고 계속 전진하여 9년 후에 오히려 선진국의 안정권에 들기 위해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그 해답은 창조경제, 그중에서도 서비스 산업의 혁신에 있다고 생각한다. 서비스 산업은 원자재의 확보나 대규모 시설투자가 크게 요구되지 않아 시장진입이 쉬우면서도 고용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고, 고객만족을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신뢰와 가치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미래의 성장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2009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구글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2위에 등극했는데 구글은 제조기반 없이 순전히 서비스 혁신을 통해 고객창출에 성공한 창조 기업이다. 독일 일본과 같은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진 선진국에서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서비스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현대경제연구원이 2010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서비스수지 적자가 큰 국가이다. 한국의 서비스 산업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3%로 분석대상국 24개국 중 22위를 기록했다. 서비스 산업에 대한 투자 비중과 생산성에서도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하고 있다. 또 자영업 비중은 부동의 1위를 지킴으로써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영세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정부는 만성적인 서비스수지 적자를 축소하고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서비스 발전대책을 마련하는 등 부심하고 있으나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여 서비스 혁신을 일으키는 데 있다.

서비스 산업은 기본적으로 암묵적이고 비구조화된 영업시스템과 장기적인 신뢰관계라는 두 기둥이 떠받들고 있다. 서비스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먼저 영업시스템을 혁파해야 하며 다음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문화, 전통, 역사, 그리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같은 사회문화적 맥락(context)과 궤를 같이하는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 수억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한류의 선풍을 일으키듯이 한국의 서비스 산업도 이제는 글로벌 고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사회문화적 콘텐츠 개발을 해야 하며 그 콘텐츠가 효율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영업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형 복합 서비스 단지를 개발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복합 서비스 단지란 리조트, 호텔, 컨벤션 홀, 쇼핑몰, 공연장, 위락시설, 스포츠센터 등 서비스 시설을 한 군데 모아놓고 다양하면서도 질이 우수한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제공하여 시간과 공간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는 통합적 서비스 공간을 말한다. 강소국 싱가포르의 복합리조트(IR) 성공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김성국 이화여대 경영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