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사람을 배려하는 살기 좋은 집 꾸미기… ‘주거 인테리어 해부도감’

입력 2013-03-14 17:46 수정 2013-03-14 18:02


주거 인테리어 해부도감/마쓰시타 기와/더숲

현대건축의 거장인 스위스 출신의 프랑스 작가 르 코르뷔지에(1887∼1965). 집은 감탄하며 구경하는 장식품이 아니라 실제로 그곳에서 사는 사람이 편리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던 그는 아파트 개념을 창안해 아파트 유토피아를 꿈꿨다. 그라면 부엌을 어떻게 꾸몄을까.

세계적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의 명작 가구 및 주거 인테리어 아이디어가 총집합했다. 시스템키친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프랑크푸르트 부엌’(마가레테 쉬테 리호츠키 작),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적 건축물로 꼽히는 ‘알토 하우스’(알바·아이노 알토 부부 작), 르 코르뷔지에도 찬사를 보냈던 ‘E.1027 하우스의 거실’(아일린 그레이 작),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슈뢰더 하우스의 거실’(트루스 슈뢰더·헤릿 릿벌트 작)….

일본의 건축전문가가 쓴 이 책은 이렇듯 거장 11인이 설계한 80여 가지 명작 가구와 주택을 통해 우리가 빌려 쓸만한 아이디어를 풍부한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한다. 부엌, 다이닝룸, 거실, 침실, 서재, 아이들방, 현관, 화장실 등 분야별로 나눴는데, 거장다운 기발한 발상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사는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부엌만 해도 그렇다. 거실과 부엌이 분리된 형태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며 거실과 부엌이 합쳐진 게 진화된 것이라는 생각도 고정관념이다. 부엌 형태는 각 집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부엌이 꼭 방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이른바 ‘움직이는 부엌(모바일 키친)’도 머잖아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조리 작업대에는 주부가 편하게 도마질 할 수 있도록 의자를 둘 수 있다. 르 코르뷔지에는 식탁에 사무실 의자 같은 회전의자를 두면 좁은 공간을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제안한다.

식탁이 꼭 사각형이거나 원형일 필요가 없다. 좁은 공간에는 그 공간 모양대로 프리폼 식탁을 두면 다용도로 사용하기에 편하다. 창에 커튼을 달까, 블라인드를 달까는 취향의 문제만이 아니라 햇빛의 강도를 우선 고려해 골라야 한다.

요즘엔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특히 주부는 집에서 일하면 틈틈이 가사를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일하는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는다면 거실에 책상을 둬보자. 이럴 때는 슈뢰더 하우스를 건축한 트루스 슈뢰더가 만든 ‘수납이 가능한 책상’ 아이디어를 빌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이들 방과 관련한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아이들은 어느 정도 자라면 부모의 간섭을 피하고 싶어 한다. 거실 한쪽의 공간 바닥을 30㎝ 낮춰 분리된 공간을 만들거나 바닥을 낮추기가 여의치 않으면 은신처처럼 침대나 책상 위에 전용공간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이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실용적인 거장들의 아이디어는 사람에 대한 배려의 정신에서 출발했다. 집은 편해야 하는 곳이니까. 명작의 제작 과정과 탄생 과정, 디자이너들의 삶에 관한 뒷이야기는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다. 황선종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