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바이러스가 없었다면 오늘날 인간도 없다… ‘바이러스 행성’
입력 2013-03-14 17:32
바이러스 행성/칼 짐머(위즈덤하우스·1만3000원)
바이러스가 없었다면 인간도 없었을 것이다? 과연 사실일까. 미국 뉴욕타임스가 ‘우리가 아는 최고의 과학 저술가’라고 극찬한 칼 짐머의 새 책은 이 질문에 “그렇다”고 서슴없이 대답한다. 우리는 흔히 바이러스라고 하면 독감 바이러스, 에이즈(HIV)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 천연두 바이러스 등 유해한 병원체를 떠올린다. 그러나 저자는 모든 바이러스가 해로운 것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물론 지구에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는 곳도 없다. 이들 바이러스는 지구 생태계의 진화와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우리가 아는 생명은 40억 년 전 바이러스에서 시작됐을 수도 있다. 생명의 유전적 다양성 중 대부분이 바이러스 유전자에 들어 있으며, 우리가 마시는 산소의 상당 부분을 바이러스가 생산하고 있다는 것도 재미있다.
또 바이러스는 종 사이에 유전자(DNA)를 옮김으로써 새로운 물질을 제공하며, 방대한 생물 개체군의 크기를 조절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 역사를 빼놓고는 지구와 생명의 역사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활발해지는 바이러스 연구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꽤 복잡하다. 이 책은 바이러스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한음 옮김.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