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부모 잃은 구구, 새로운 곳에서 특별한 친구들을 만나는데… ‘내 이름은 구구 스니커즈’

입력 2013-03-14 17:32


내 이름은 구구 스니커즈/글 김유·그림 오정택/창비

스니커즈를 좋아하는 아홉 살 배추머리 구구가 주인공. 구구는 졸지에 부모를 잃었지만 엄마 아빠가 잠시 여행을 떠난 거라고 생각한다. 하루도 쉬지 않고 식당 문을 열었던 부모는 언젠가 식당을 그만두고 세계 여행을 하면서 사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그런 날이 온 거라고 구구는 생각한다.

엄마 아빠가 떠난 지 삼 일이 지난 날, 동네 사람들이 모여 천애고아 구구를 어떻게 할까 얘기하며 웅성거린다. 그때 친척이라며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난다. 구구는 키다리 아저씨네 집에서 살면서 잘난 척하다가도 금세 뿔이 나는 ‘에이뿔따구’, 잘 안 씻어도 누구보다 정이 많은 ‘떡진머리’, 손재주가 으뜸인 ‘코딱지’ 등 구구만큼이나 톡톡 튀는 친구들을 만나 잊지 못할 소동을 벌인다. 영어 시험을 에이뿔이 아닌 에이를 맞아서 혼이 날 걸 걱정하는 에이뿔따구를 위해 그의 엄마를 꼬마로 만들 수 있다는 마술 사탕을 함께 만드는데….

이처럼 부모의 빈자리는 구구에게 결핍이 아니라 새로운 모험의 장을 마련해 준다. 전체적으로 활기차고 따뜻한 느낌이 좋다. 한 번 잡으면 단숨에 읽히게 하는 힘이 있다. 읽기 책을 처음 접하는 초등 저학년 독자를 본격적인 서사의 세계로 이끄는 미덕을 지녔다는 출판사의 자평이 과장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