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들에게 고구마·양갱 등 선물하며 위로… 고려대 학생들 “우리는 브라운데이”
입력 2013-03-13 21:19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사탕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소외된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누는 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고려대의 한 동아리 학생들은 14일 학내 청소노동자들에게 직접 만든 고구마 양갱과 약과를 나누는 ‘브라운데이’ 행사를 갖는다. 수십만원짜리 초콜릿과 사탕 선물이 팔려나가는 화이트데이 대신 고구마 양갱과 약과를 나누며 이웃을 돌아보자는 취지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약과와 양갱의 색깔을 따 이번 행사 이름을 ‘브라운데이’로 지었다.
이 행사를 기획한 기독교 동아리 SFC 학생 30여명은 12일 저녁 한 학생의 집에서 학내 청소노동자들에게 나눠줄 고구마 양갱을 직접 만들었다. 깨끗이 깎은 고구마를 푹 삶은 뒤 부드럽게 으깨고 한천과 설탕 등을 넣고 잘 젓는 일이었다. 처음 해보는 양갱 만들기 작업은 밤늦게까지 계속됐지만 학생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학생들은 양갱과 시장에서 구입한 약과 한 조각을 250여명의 학내 청소노동자들에게 선물할 계획이다. 예쁘게 포장한 선물 위에는 포스트잇을 붙여 감사의 말도 일일이 적었다.
동아리 위원장인 물리학과 최상원(22)씨는 13일 “사랑을 전하는 화이트데이가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변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더 의미 있는 화이트데이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 동아리 친구들과 고민하다 고생하시는 청소노동자들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사전조사도 철저히 했다. 깜짝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 과제를 핑계삼아 각 단과대 청소노동자들을 만나고 인원수를 체크하면서 무엇을 좋아하시는지, 어떻게 지내시는지 말동무가 돼 드렸다. 최씨는 “청소를 해주시는 아주머니들에게 말 한마디 건넸을 뿐인데 무척 친근하게 대답해주시고 좋아해주셨다”고 전했다.
이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미디어학부 강신영(22·여)씨는 “언제나 우리 곁에 계셨던 분들인데 이제야 챙겨드릴 수 있게 됐다”면서 “매년 돌아오는 화이트데이에 마땅히 관심을 가져야 했던 분들을 돌아볼 수 있어서 참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