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공작원→북한학 박사 ‘인생 유전’… 김동식씨, 북한 대남혁명전략 변천 주제 논문으로 학위받아

입력 2013-03-13 21:19


대남공작원 출신 북한 연구자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지도를 받아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13일 뒤늦게 알려졌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인 김동식(48)씨는 지난달 말 경남대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의 대남혁명전략 전개와 변화에 관한 연구’라는 박사논문으로 학위를 받았다.

김씨는 북한의 옛 조선사회문화부 소속 대남공작원으로 1995년 9월 남파간첩과 함께 월북하라는 지시를 받고 충남 부여에 침투했다가 군경에 발각됐다. 당시 격렬한 총격전 끝에 함께 남파됐던 박광남(당시 31세)은 사살됐고 김씨는 생포됐다. 이후 김씨는 전향해 북한 연구자로 변신했다.

김씨는 이번 박사논문에서 개인적 경험, 전직 대남공작원 인터뷰 등을 토대로 북한의 대남혁명전략 변천 과정을 상세히 밝혔다.

그는 논문에서 “탈냉전시대에 들어와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이 변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라 불리한 대내외적 여건과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전술적인 변화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된 ‘종북세력’에 대해서는 “대남공작을 구축했던 지하당조직의 산물”이라며 “종북세력을 합법적인 진보정당 창당과 활동공간을 통해 양산함으로써 대남혁명전략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 북한의 진보정당 창당 개입 의도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89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방북할 당시 대남공작부서에서는 격렬한 내부논쟁이 벌어졌었다는 뒷얘기도 소개했다. 김씨는 “대남전략 차원에서 남한 재벌과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놓고 격렬한 내부논쟁이 벌어졌다”며 “결국 자본가 개개인을 평가하면서 북한을 위해 기여한 자본가는 같은 편이 될 수 있다는 이른바 ‘건당(件當)원칙’을 공식 채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논문 ‘감사의 글’에서 “석사과정에 이어 박사과정까지 제자의 미숙한 논문 지도에 심혈을 기울여주신 류길재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2005년부터 취임 전까지 경남대 북한대학원대 교수를 지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