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와 소금 ‘입맛 돋우는 비금도 밥상’… KBS1 ‘한국인의 밥상’
입력 2013-03-13 20:44
한국인의 밥상(KBS1·14일 오후 7시30분)
전남 목포에서 바닷길로 두 시간을 달리면 날아가는 새의 모습을 닮은 섬 비금도(飛禽島)를 만나게 된다. 요즘 비금도를 뒤덮고 있는 건 다름 아닌 푸른빛의 시금치. 이곳 사람들은 겨우내 추위와 싸우며 살이 통통하게 오른 시금치를 섬초라고 부른다.
섬초는 비금도 주민들에게 귀중한 식재료다. 양념에 버무린 뒤 김밥이나 잡채에 넣으면 그 맛이 설탕을 뿌린 듯 달콤해진다. 살짝 데쳐 햇빛에 말리면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는 묵나물이 된다.
비금도가 자랑하는 것 중엔 천일염도 있다. 비금도는 국내에서 민간 차원의 염전이 처음 만들어진 곳. 그런 만큼 이곳 주민들의 ‘소금 사랑’은 각별하다. 주민들은 겨울에는 시금치 밭에서, 여름에는 소금밭에서 일하는 게 일반적이다.
천일염은 비금도의 밥상을 풍요롭고 맛깔 나게 만든다. 바다가 선물한 생선으로 만든 젓갈, 집집마다 담그는 장엔 명품 천일염이 가미되면서 맛도 좋아진다. 특히 천일염은 새우와 만났을 때 그 가치를 더욱 발한다. 매년 3월이면 주민들은 소금을 배에 싣고 바다에 나간다. 이들은 막 잡아 올린 새우에 천일염을 넣어 버무려 세상에서 가장 신선한 젓갈을 만들어낸다. 제철을 맞은 간재미를 곁들인 간재미 시금치 무침도 비금도의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방송에서는 시금치와 소금 등 평범하면서도 진귀한 보물이 넘쳐나는 비금도의 밥상이 다뤄진다. 주민들은 혹독한 겨울바람을 이겨낸 시금치가 더 달고 푸른 것처럼 우리네 인생도 고통 없이 얻어지는 건 없다고 말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