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개발 좌초 직전] 황금알이 돈 먹는 하마로… 대주주들 네 탓 공방
입력 2013-03-13 20:35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리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부도는 지난해부터 예견됐다.
사업계획이 발표된 지 5년여 만에 시작된 기반공사(토지오염정화 공사)가 돈이 떨어져 지난해 초 중단되자 부동산·금융업계에선 파산 시나리오가 돌기 시작했다.
빚낸 돈에 대한 이자 만기가 줄줄이 임박하면서 파산에 대한 우려는 커져갔지만 대주주와 출자사들은 책임 공방에만 매달리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출자사들은 한결같이 “사업성이 없는 사업에 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책임을 회피했다.
불과 7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부동산 호황이 절정으로 치닫던 2006년만 해도 용산개발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다. 2007년 사업자 선정 당시만 해도 삼성과 LG그룹 등이 랜드마크 빌딩 주인으로 올라서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는 급속히 침체되고 수도권에 미분양 아파트와 상가 공실이 늘면서 ‘용산에 들어서는 그 많은 상가와 아파트가 분양이 될까’ 하는 회의론이 커져갔다.
용산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는 드림허브 자본금 1조원이 바닥을 드러낸 상황에서 대주주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의 갈등으로 추진력을 잃어갔다. 이런 가운데 2012년 정창영 코레일 사장이 취임 후 코레일 소속 드림허브 이사 3명을 모두 교체하고 통합개발이 아닌 단계적 개발 방식으로의 사업계획 변경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대주주 간 파열음이 심화됐다. 출자사들은 2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과 증자, 외부투자자 유치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대주주 갈등과 다른 출자사들의 책임 떠넘기기로 결국 자금난을 해결하지 못했다.
12일 대한토지신탁과의 64억원 자금지급 협상이 결렬되며 부도 상태에 놓인 것을 두고도 대주주들은 끝까지 책임 공방만 벌였다. 롯데관광개발이 주도하고 있는 용산개발 사업의 자산관리위탁회사(AMC) 관계자는 13일 “대한토지신탁이 코레일의 우선변제확약서 요구까지 받아들였는데도 코레일은 문구가 마음에 안 든다며 12일 하루 종일 수정을 요구했고 자정까지 지급보증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현 코레일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고의부도를 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코레일 측은 “코레일의 지급보증 범위를 벗어난 추가 요구는 나머지 출자사들이 지분율대로 지급보증에 참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코레일이 추가로 지급보증을 하려면 이사회를 다시 열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서울시의 방관도 부도 사태를 불러온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서부이촌동 통합개발을 주도한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취임 후 주민투표를 통해 사실상 통합개발을 대신할 출구전략을 추진한 것이 보상 시점이 상당기간 늦춰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정부 개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민간 개발 사업에 대한 불개입 원칙을 내세우며 정부도 수수방관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