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대북제재 가속] 조선무역은행 제재 영향력은… 北, 달러결제 묶여 정상적 무역까지 전면 차단 가능성

입력 2013-03-13 20:18

미국 정부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북한 조선무역은행(FTB)에 대한 제재가 보기보다 훨씬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 재무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WMD)와 연루된 의혹이 있다며 이 은행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금융기관과 기업, 개인들은 이 은행과의 거래가 일절 금지되며 미국 관할권 내 조선무역은행 자산도 동결된다. 문제는 조선무역은행이 북한의 외화거래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외국환 은행이라는 점이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12일 “조선무역은행이 북한의 거의 유일한 외국환은행이라는 점에서 이 은행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북한의 달러 결제를 차단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화 결제가 어려워지면 무기 등 금지품목 거래는 물론 정상적인 무역 거래도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북한과 무역이나 금융거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번 제재의 영향이 별로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하지만 세계 어느 금융기관이라도 달러로 결제하려면 반드시 미국 은행을 통해야 하는 만큼 미국 은행이 ‘기피’하는 금융기관은 국제금융계에서 영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금융기관과의 관계 단절이라는 직접적인 효과가 아니라 2차, 3차 효과가 더 무섭다는 것이다.

미국의 제재 조치에 따라 조만간 유럽과 일본 은행들도 조선무역은행과 거래를 중지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렇게 되면 북한 사업체나 정부기관은 달러화는 물론 유로와 엔화로도 결제할 수 없게 된다. 세계 주요 기축통화를 이용한 대외 결제가 막힐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은행들도 국제금융망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이 기피하는 북한 은행과 거래를 꺼릴 수밖에 없다.

금융 분야에 정통한 다른 소식통은 조선무역은행에 대한 제재 효과가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제재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BDA는 마카오 소재 은행으로 북한의 돈세탁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미 재무부 제재 대상에 올랐다. 당시 거액의 북한 지도부 비밀자금이 묶였지만 무역 거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반면 이번에는 북한의 대외 무역 자체가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이 소식통은 “은행에 대한 제재는 예상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그래서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이 북한의 개인이나 기관에 대한 제재는 받아들이면서도 은행에 대한 제재에는 한사코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을 통한 자금 이체가 어려워지면 현금을 무더기로 들고 가 직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벌크 캐시(대량 현금)도 포함돼 있어 북한 정권이 더욱 압박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행들까지도 조선무역은행과 거래를 끊는 등의 파장이 일어날지 불확실하며 효과를 알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