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김나래] ‘봉숭아 학당’ 같은 새누리 지도부 회의

입력 2013-03-13 20:14 수정 2013-03-13 22:11

여의도 당사에서 13일 오전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정부조직법이 발의된 지 40일이 넘도록 타결되지 못한 상황인 만큼 시선이 집중됐다. 집권당 중진들이라면 통일된 목소리로 국정에 힘을 싣거나 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잘못이 파열음 없이 물밑에서 수정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날 회의 내용은 이런 것과 거리가 멀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야당 탓만 했다. 그는 “민주통합당이 노골적으로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며 “국정 논의는 장사꾼의 협상하고는 달라야 한다”고 화살을 야당 쪽에 돌렸다. 그러자 정몽준 전 대표는 이 원내대표 등을 향해 우회적인 압박 메시지를 내놨다. 정 전 대표는 “안보위기 고조 상황에서 정치마저 파행을 겪고 있다”며 “새누리당 지도부는 총사퇴를 한다는 각오로 현재 위기를 조속히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 사이에 이인제 의원은 뜬금없이 안보와 직권상정을 연결시켰다. 그는 “국회법에 의장이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의 경우에는 직권상정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국가 비상사태가 아닌지 걱정이다. 역사에서 보면 설마 전쟁을 일으키겠는가 생각할 때 찾아오는 게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송광호 의원은 한술 더 떠서 “정치인들이 광화문에 폭탄이 하나 떨어져야 국가 위기로 아는 것은 매우 잘못된 착각”이라고 압박했다.

당 주변에서 이날 회의를 두고 “동상이몽도 저런 동상이몽이 없다”거나 “해법을 제시하는 대신 누군가를 탓하고 따지기만 하다가 시간을 보낸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특히 지금은 청와대를 향해서도 적극적으로 태도변화를 주문해야 할 타이밍이지만, 그렇지 못하고 지도부와 야당만 탓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때문에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를 이렇게 빨리 정치권에 불러들이는 데 새누리당이 한몫했다”는 고백을 하는 여당 의원이 한둘이 아니다. 국민들은 집권 여당 중진 의원들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봉숭아 학당’ 같은 회의를 하는 모습에 오히려 더 불안해할지 모른다.

김나래 정치부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