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선출 비밀회의 ‘콘클라베’ 이틀째… 첫날 검은 연기, 하얀 연기 언제 피나
입력 2013-03-13 20:01 수정 2013-03-13 22:23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에 이틀 연속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성베드로 대성당 광장에 모여 있던 이들은 아쉬움과 기대가 엇갈린 표정이었다.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고, 저마다 자기들의 언어로 흥분된 기다림을 이야기하며 흩어졌다.
콘클라베, 가톨릭의 수장이자 영적 지도자이며 신의 대리인인 교황을 선출하는 전 세계 추기경들의 비밀회의 둘째날인 13일 낮(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바티칸. 검은 연기는 전날 오후 시작된 교황 선출 투표에서 이틀째 3분의 2가 넘는 표를 얻은 이가 없었다는 표시다.
전날 로마의 날씨는 콘클라베의 시작을 알리는 듯 극적이었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바람이 거세게 불고 다시 태양이 비췄다. 천둥소리도 들렸다. 역사의 현장, 드라마의 한복판, 전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신의 현존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고 미국 일간 보스턴 글로브가 묘사했다.
콘클라베는 12일 성베드로 대성당의 미사로 시작됐다. 희고 얇은 가운에 붉은 망토와 모자를 쓴 전 세계의 추기경 115명이 강단을 둘러섰다. 안젤리노 소다노 수석추기경이 교황 후보들 앞에서 라틴어로 강론했다.
“교황은 자비롭고 은혜로워야 하며 지치지 않고 정의와 평화를 증진해야 합니다.”
미국 뉴욕 대주교인 티모시 돌런 추기경은 시종 미소 띤 얼굴이었다. 그는 유력한 교황 후보 중 한 명이다.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은 거동이 불편한 추기경을 부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55세로 콘클라베 참석자 중 두 번째로 젊은 그는 가난한 사람을 섬기는 사역과 겸손한 태도로 필리핀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다. ‘사제 성추행 피해자 네트워크’는 그를 교황 후보로 추천했다. 필리핀 언론들은 그가 다크호스라고 치켜세웠다.
미사를 마친 추기경들은 점심식사를 한 뒤 바로 옆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첫날 투표를 치렀다. 투표용지는 한데 모여 태워졌다. 이 모든 광경을 미켈란젤로가 그린 ‘최후의 심판’과 ‘천지 창조’가 지켜보고 있었다.
새 교황은 거센 개혁과 변화의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바티칸에서는 분홍색 연기도 피어올랐다. 여성에게도 사제직을 허용하라고 요구하는 이들의 시위였다. ‘여성사제서품회의’ 에린 사이즈 한나 대표는 “지금의 추기경단은 교회를 추문과 학대, 성차별, 탄압에 휘청거리게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대교구는 이날 1970년대에 벌어진 신부의 성추행 사건을 은폐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에게 약 1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13일 아침 9시30분. 숙소인 산타마르티나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기도를 드린 추기경들이 다시 시스티나 성당으로 들어갔다. 콘클라베 제2일. 비 내리는 광장에는 다시 사람들이 모여 굴뚝을 바라보았다.
흰 연기는 언제쯤 피어오를까. 8년 전의 콘클라베는 이틀 만에 교황을 선출했다. 20세기 들어 소집된 콘클라베는 평균 3일씩 진행됐고, 5일을 넘은 적이 없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