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차관 인사] 고시출신 18명·내부승진 90%… 조지훈 시인 아들도
입력 2013-03-13 20:00 수정 2013-03-13 23:55
박근혜 대통령은 13개 정부 부처 차관과 국무조정실 차장 2명 등 20명의 차관 인사를 13일 단행했다. 18명이 고시 출신으로 90%가 내부 승진이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차관 인사는 각 부처 장관 추천을 거쳐 소관 분야 전문성을 갖추고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적합한 분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평균 나이는 55.5세, 여성은 2명이다. 지역 안배에 신경을 썼다는 평가다. 장관이 아직 임명되지 않은 기획재정부·국방부·미래창조과학부·해양수산부 차관은 임명되지 않았다.
◇교육부 ‘교수 차관’, 통일부 ‘안정 차관’=나승일 서울대 교수가 교육부 차관에 발탁되면서 교육부는 이명박 정부의 ‘학자 장관+관료 차관’에서 ‘관료 장관+학자 차관’으로 바뀌게 됐다. 나 차관은 서울대 농산업교육과를 졸업했고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특성화고 선진화, 전문대 강화, 농업교육 등이 주요 연구 분야다. 교육인적자원부 교육과정심의위원 등을 맡기는 했으나 특별한 행정 경험은 없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행복교육추진단 추진위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교육과학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통일부 차관에 임명된 김남식 통일부 기획조정실장은 행시 26회로 현 통일부 관료 중 최고참이다. 김 차관은 남북회담본부장, 통일정책실장, 정보분석본부장, 기조실장, 대변인 등을 두루 거쳤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교수 출신이라는 점, 홍용표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청와대 통일비서관에 임명된 점 등을 고려해 내부 인사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회담 실무 경험이 풍부해 남북관계가 호전될 경우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데 앞장설 수 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때 정부 대변인을 맡았었다.
◇의외인 법무 차관…외교 2차관은 조지훈 시인 아들=검찰 안팎에서는 김학의(사법연수원 14기) 대전고검장의 법무부 차관 임명을 의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고검장급인 법무부 차관은 검찰총장보다 후배가 맡는 게 검찰 인사의 관례였다. 김 차관은 현재 검찰총장 후보군에 올라 있는 김진태(14기) 검찰총장직무대행, 채동욱(14기) 서울고검장, 소병철(15기) 대구고검장과 동기이거나 선배다. 검찰 특유의 기수문화를 바꾸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차관이 사법연수원 기수로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1년 후배지만 경기고 1년 선배라는 것도 회자되고 있다.
김규현(외시 14회) 외교부 제1차관은 북미국 심의관 등을 지낸 대표적 미국 전문가다.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한 특이 경력을 갖고 있다. 주미 참사관 근무 당시 공사참사관으로 있던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손발을 맞춘 바 있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가 국방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2006∼2007년 국방부 국제협력관으로 파견돼 근무하면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안보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은 ‘승무’ ‘낙화’ 등의 시로 유명한 고(故) 조지훈 시인의 셋째아들이다. 통상교섭조정관 등을 거쳐 경제 분야의 경험이 풍부하다. 이복실 여성가족부 차관은 2001년 부처가 출범한 이래 첫 여성 차관이다.
엄기영 김현길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