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마전’ 사립유치원-‘느슨한’ 교육청 감독… 교과부 감사 뒷북 발표 논란
입력 2013-03-13 19:46
원장 자격이 없는 교사가 유치원을 불법으로 운영하거나, 정부지원금을 빼돌려 엉뚱한 곳에 사용한 사립유치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5∼7월 부산·대구·인천·대전 등 4개 교육청을 대상으로 벌인 ‘사립유치원 지원관리 및 운영 실태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감사 결과 대구에 있는 17개 유치원에서는 유치원장 자격증을 빌려 설립인가를 받은 후, 원장 자격이 없는 교사나 사무직원이 원장 직무대리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교과부는 지도 및 감독을 소홀히 한 교육청 직원 23명을 경고 조치하고, 설립자와 자격대여자 각 17명을 고발했다.
정부지원금을 빼돌려 불법으로 회계를 운영한 유치원도 다수 적발됐다. 대구의 한 유치원은 교육청이 지원한 유아학비지원금 6920만원을 유치원 인수자금으로 사용했다. 부산과 대전의 유치원 5곳은 유치원 운영비 등을 사적 용도로 썼다.
교과부는 이처럼 정부지원비를 부당수령해 엉뚱한 곳에 쓴 유치원 원장 등 6명을 징계하고 설립자 2명과 원장·교사 6명은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각각 고발하라고 해당 교육청에 통보했다.
사립유치원들을 지도·감독해야 할 교육청의 관리도 허술하긴 마찬가지였다. 4개 교육청 모두 사립유치원의 통학차량 운영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부산·대구·대전 교육청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사립유치원에 대해 종합감사를 하지 않았다. 교과부는 교육청 관계자들에게 경징계와 경고 처분을 내렸다.
교과부 관계자는 “누리과정 도입으로 유아교육 및 사립유치원에 대한 정부지원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사립유치원 운영의 투명성과 책무성을 제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과부가 지난해 5∼7월 감사를 실시하고도 8개월이나 넘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뒷북발표를 하는 배경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교과부가 관리 책임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고 비난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것이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최근 유치원비 인상 등의 문제로 사립유치원 운영과 관리책임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뒤늦게 생색내기를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번 감사가 해당 교육청 당사자에 대한 징계 및 고발조치 등 전시행정에 그치지 않도록 실질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감사 내용과 감사 일정이 빡빡해 발표 시점이 늦어진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해명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