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휴대전화 보조금 겨냥 칼 빼들었다

입력 2013-03-13 19:44 수정 2013-03-13 22:29

정부가 휴대전화 보조금 규제에 칼을 빼들었다. 이동통신사들이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해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음에도 오히려 시장이 더 과열되는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13일 허태열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동통신시장 과열에 따른 제재 및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이통 3사의 이동전화 단말기 보조금의 과다 지급이 사회문제화하고 있어 제재 및 근절 방안 마련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통 3사의 보조금 과다 지급 행위에 대한 제재 방안을 심의·의결한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통사들의 법 위반사항을 추가로 확인하느라 오후 늦게 회의 안건 상정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보조금 규제에 강경 방침을 천명함에 따라 이전보다 더 강한 제재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휴대전화 보조금은 이통사 입장에서는 ‘치킨게임’이다. 휴대전화 가입자가 포화상태여서 경쟁사의 가입자를 빼앗아와야만 덩치를 키울 수 있지만 여기에 소모되는 비용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통 3사의 영업정지 기간 동안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과 KT로부터 15만6488명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반면 SK텔레콤과 KT는 각각 9만1358명과 6만5130명을 잃었다. 가입자 유치로만 보면 LG유플러스가 승전보를 울린 셈이지만 과도한 보조금 출혈경쟁 탓에 수익성이 크게 나빠져 상처뿐인 승리라는 지적이다.

이동통신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올 1분기 이통 3사의 마케팅 비용은 영업정지를 촉발한 지난해 3분기 2조4437억원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경쟁으로 이통사 마케팅 비용은 급증하고 있지만 연간 평균 가입자 증가는 200만명도 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보조금은 장기적으로 통신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메랑과 같다. 이통사의 보조금 재원은 가입자들의 요금이기 때문이다. 보조금이 늘어나는 만큼 휴대전화 요금도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부담은 가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보조금 혜택은 통신사를 옮겨다니는 일부 가입자들에게 집중되기 때문에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