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신동 아니에요, 거장과 한 무대 영광일 뿐… 4월 뮌헨 필하모닉 내한공연 협연 피아니스트 조성진
입력 2013-03-13 18:17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하게 콩쿠르에 나갈 필요는 없다.” “하루 10시간 연습해본 적이 없다. 3∼4시간이라도 집중해서 하려고 한다.” “나는 신동도 천재도 아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19).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호하고 자기 생각이 확고했다. 2008년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 우승, 2009년 일본 하마마츠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그리고 17세이던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 3위. 학생 신분인 10대 중반에 이 같은 영예를 얻은 경우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다음에는 어떤 콩쿠르에 나갈 것인가, 미국이나 러시아로 유학을 가지 않을까 하는 세간의 관심을 뒤로 하고 그는 프랑스 파리로 떠나 궁금증을 자아냈다. 4월 22일 프랑스 출신의 거장 로린 마젤(83)이 지휘하는 독일 뮌헨 필하모닉 내한공연에 협연자로 나서는 조성진을 11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로린 마젤과 협연
뮌헨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인 마젤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휘자이자 동시에 가장 까다로운 지휘자로도 유명하다. 불과 19세의 피아니스트에게, 그것도 풍부한 곡 해석이 필요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맡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조성진과 마젤의 첫 만남은 2009년 5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던 ‘한식 알리기’ 행사에서 이뤄졌다. “공연 전날까지도 마젤이 온다는 소식을 못 들었어요. 얘기를 듣고 살짝 긴장됐지만 평소 하던 대로 했죠.” 당시 연주에 대한 특별한 코멘트는 없었지만 두 달 후인 7월, 마젤이 창설한 미국 ‘캐슬턴 페스티벌’ 무대에 초대됐고, 이번에도 함께 하게 됐다.
“영광이자 행운이죠. 거장 지휘자와 연주하면 배울 게 많아요. 음악적 아이디어를 제시해주기도 하고요.” 연주곡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베토벤 협주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에요. 처음부터 피아노 연주가 들어가는 것도 혁신적이고, 특히 2악장의 아름답고 슬픈 테마가 좋아요. 매지컬(magical)한 곡이지요.”
# 프랑스 파리 유학
2년 전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마치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선택은 프랑스 파리국립고등음악원. ‘향신료를 넣은 매력적인 레퍼토리’라고 표현되는 프랑스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피아노뿐 아니라 유럽 문화도 배우고 느끼고 싶었다.
“파리에는 좋은 연주가 너무 많아요. 한국에선 만나기 어려운 피아니스트 그레고리 소콜로프(러시아), 크리스티안 짐머만(폴란드), 마우리치오 폴리니(이탈리아) 공연도 수없이 열려요. 저에겐 천국이죠. 라두 루푸(루마니아)의 공연은 신이 앉아있는 것 같은 경건함을 느꼈고, 머레이 페라이어(미국)의 연주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따뜻함을 느꼈어요.” 3년간의 유학기간 동안 파리가 주는 혜택을 최대한 누려 볼 계획이다.
“콩쿠르에 빨리 출전해야 한다는 부담은 별로 없어요. 사실 전 피아노 신동도 천재도 아니에요. 그냥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무언가를 조급하게 하기엔 제 나이가 어리죠. 지금의 생활에 최선을 다하며 즐기고 싶습니다.”
외동아들이라 부모님이 어릴 적부터 축구 미술 수영 도자기 태권도 바이올린 등 여러 가지를 시켰다. 바이올린에도 꽤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피아노를 선택한 이유는? “연주하기 편해서요. 바이올린은 서서 하니까 힘들더라고요(웃음). 같은 피아노라도 연주자마다 다른 소리가 나잖아요.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매력적이에요. 앞으로 저만의 ‘톤’을 찾고 싶습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