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비 낸 만큼 혜택”… 카드 부가서비스 ‘부익부’

입력 2013-03-13 18:12


장기불황에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사들이 ‘중간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연회비를 3만∼7만원대로 올리고 부가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하는 ‘매스티지 카드’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일반 카드와 최고급 카드 사이에 있는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카드 부가서비스에서조차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NH농협카드는 최근 채움카드의 쇼핑서비스를 확대한 연회비 3만∼7만원 사이의 매스티지 카드를 개발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기존 연회비가 1만원 이하였던 것을 대폭 올린 만큼 더 많은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매스티지는 대중(mass)과 명품(prestige product)의 합성어로 대중적인 고급제품을 의미한다. 매스티지 카드는 VIP카드에 미치지 못하지만 일반 카드보다 많은 혜택을 주는 카드를 말한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숫자카드를 출시하면서 매스티지 카드인 ‘숫자+’ 카드를 동시에 내놨다. 숫자+카드는 일반 카드인 ‘2∼7 카드’보다 연회비가 3만원에서 최고 10만원까지 비싸다. 연회비가 많은 만큼 부가서비스를 추가로 준다. 가장 최근 출시된 6+카드의 경우 6카드의 기본 혜택에 영화관, 패밀리레스토랑 할인혜택 등이 더 담겨 있다. 현대카드는 이미 대표작인 M카드를 특화한 M2(연회비 5만원), M3(연회비 7만원)를 2011년부터 판매 중이다.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매스티지 카드를 내놓는 것은 최근 카드사의 수익이 크게 줄어 더 이상 적은 연회비로 전과 같은 부가서비스 혜택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부가서비스가 대폭 줄어든 일반 신용카드로는 여러 가지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카드 수수료체계 개편으로 카드사 마케팅 대상이 가맹점에서 고객으로 바뀐 것도 한몫하고 있다. 과거처럼 많은 부가서비스를 줄 수 없게 되자 연회비별로 고객을 세분화해 각기 다른 혜택을 주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기존에 카드사는 주유·쇼핑 등 가맹점별 부가서비스로 고객을 공략해 왔다. ‘주유 특화카드’ ‘항공 마일리지 특화카드’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카드사의 변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돈 있는 사람만 이득을 보는 상황을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어느 카드를 쓰든 극소수의 VIP를 제외하면 비슷한 부가서비스를 누릴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카드 사용자 중에서도 연회비를 얼마나 내느냐에 따라 다른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