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기획-국민일보·NCCK 선정 가볼만한 기독 유적지] (4) 인천·강화지역

입력 2013-03-13 18:05


국가사적 지정된 강화성공회성당 고궁에 온듯

13일 오전 봄기운을 간직한 나뭇가지 사이로 2중 구조의 기와를 올린 성공회강화읍성당을 찾았다. 성당은 마치 도심 속 작은 고궁을 연상시키는 듯 고풍스러운 멋을 간직하고 있었다.

성공회강화읍성당은 1900년에 지어졌다. 외부는 전통적 한옥 예배당의 모습이지만 성당 내부는 바실리카 양식으로 꾸며져 동·서양의 건축적 특징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성당의 크기는 성인 보폭으로 가로 10걸음, 세로 29걸음이었다.

성당은 3중으로 기와를 올린 대문과 중문을 지나야 마주할 수 있다. 중문에 설치된 종각은 1914년 영국에서 주조된 종을 들여오면서 만들었는데 당시 ‘신종(神鐘)’이라 불릴 만큼 종소리가 맑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종은 일본 식민지 시절 징발됐고 현재는 1993년 새로 주조된 종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성당 오른편 뜰에는 영국인 수녀 알마를 기념하기 위한 기념비가 서 있었다. 알마 수녀는 1896년 한국에 들어와 강화 온수리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던 중 전염병으로 순교했다. 강화읍성공회성당은 2001년 국가사적 424호로 지정됐다.

성당 맞은편 산 중턱에는 강화중앙교회가 있다. 1900년 창립된 교회로 현재는 선교100주년 기념성전이 교회터에 세워져 있다. 현관에는 1900년대 인쇄된 한문성경 등 초기 한국 기독교 사료가 다수 전시돼 있다.

성당에서 차도를 따라 북서방향으로 13㎞쯤 가면 교산교회를 만날 수 있다. 교산교회는 강화도 감리교회의 모교회로 1893년 존스 선교사의 전도를 받은 이승환의 집에서 시작됐다. 이후 주민 김상임이 세례를 받으면서 마을 전체가 복음을 받아들였다. 자연석을 이용해 건축한 교회는 주변 자연환경과 이질감 없이 어울렸다. 교회 앞마당에는 존스 선교사의 선상세례를 재현한 구조물과 강화복음전래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인천항 인근에는 인천지역에서 가장 먼저 세워졌다는 내리교회가 있다. 1891년 아펜젤러 선교사가 웨슬리기념교회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교회로 현재는 1987년 신축한 선교100주년기념성전을 예배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내리교회는 지난해 9월 2년여 공사 끝에 1901년 존스선교사와 교인들이 건축했던 ‘제물포웨슬리교회’를 옛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다음달에는 인천 지역의 초기 기독교 사료를 전시할 ‘내리 역사전시실’도 교회 내 비전센터에 문을 연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에 따르면 인천지역은 한국 개신교 선교의 시작점이다. 1885년 4월 5일, 미국 북감리회 아펜젤러 선교사 부부와 북장로회 언더우드 선교사가 제물포에 도착하면서 한국 선교가 시작됐다. 같은 해 7월 아펜젤러 부부가 찬송가를 부르며 예배를 드린 것이 인천에서의 첫 공식예배로 기록돼 있다.

강화도 선교는 19세기 말 미국 감리회와 성공회에 의해 시작됐다. 1892년 감리교의 존스 선교사가 강화 선교를 위해 갑곶나루에 상륙했고, 1893년에는 성공회 선교사 워너(한국명 왕란도)가 진해루 근처에 기도처 ‘성 니콜라스 회당’을 지었다. 이후 서사면 시루미(증산)마을 출신 이승환이 고향에 돌아와 복음을 전하면서 선교의 발판이 마련됐다. 이승환의 집을 거점으로 강화의 첫 감리교 신앙공동체도 탄생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이상 4곳 외에 인천 창영사회복지관과 영화초등학교, 성공회내동성당, 강화군 온수리성공회성당과 교동읍교회, 서도중앙교회 등을 인천·강화 지역의 대표적 선교역사 유적지로 소개했다(표 참조).

강화=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