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산개발사업은 신기루에 지나지 않았나
입력 2013-03-13 17:41
지역주민 피해 최소화 하되 원칙 세워 조정해야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위 개발’ ‘사상 최대규모의 사업’ 등의 어마어마한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시행사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드림허브)의 자산관리위탁회사인 용산역세권개발㈜(용산개발)이 13일 정오까지 연기된 자산담보부기업어음 이자 52억원을 못 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것이다. 디폴트가 곧 파산은 아니지만 사업의 회생은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사태가 왜 이 지경에 이르렀나. 가장 먼저 거론돼야 할 것은 개발만능주의에 빠진 안이한 전략이다. 당초 이 사업은 2005년 코레일이 출범하면서 부담이 됐던 4조5000억원 고속철도 부채 해결 차원에서 시작됐다. 용산 차량기지에 대한 대형개발사업 추진안이 나온 것이다. 철도경영정상화 정부종합대책의 일환이었지만 우선 짓고 보자는 개발만능주의가 작용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개발만능주의의 압력은 그뿐 아니었다.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을 한강르네상스사업과 결합시키면서 사업은 서부이촌동을 포함하는 통합개발로 대폭 확대됐다. 이어 벌어진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 침체 속에서 사업 환경은 악화됐음에도 몇 차례 사업협약이 변경됐을 뿐 개발이익 기대감 때문에 사업은 수정 없이 추진됐다.
사업 환경 악화는 필연적으로 사업 추진의 동력을 떨어뜨렸고 이는 곧 자금조달 애로로 번졌다. 예컨대 지난해 11월 드림허브는 자본금 1조원을 거의 소진해 사실상 디폴트 위기를 겪었다. 부랴부랴 드림허브 이사회는 전환사채(CB) 2500억원을 조달하기로 결정하고 주주로 참여한 30개사에 CB 인수를 요청했다. 하지만 드림허브의 1, 2대 주주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사이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경기침체 때문에 주주들이 CB 매입을 거부해 자금조달은 실패했다.
이번 디폴트 사태는 이미 석 달 전에 전조(前兆)를 보였던 셈이다. 1, 2대 주주들을 비롯해 투자자들이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지만 안팎의 사업 환경에 걸맞은 사업 변경이나 위기극복을 위한 해법모색에는 인색했다. 지금이라도 사업 주체들은 사업이 소프트랜딩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부지 51만여㎡(15만6000평)에 67개 시설을 만들겠다는 거대한 계획을 일괄 추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아니면 단계적으로 접근하든지 등의 수정계획이 요청된다.
정부는 용산개발사업이 민간 부동산개발사업이기 때문에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옳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 사업의 시초가 철도경영정상화 정부종합대책의 일환이었음을 감안하면 정부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이 사업은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터전과 연관돼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지역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사업이 파산되든 회생으로 가든 원칙 있는 수순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의 조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