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다음세대를 세우자] 청소년들의 건강한 자아상은 언제 형성 되는가

입력 2013-03-13 17:19


우는 아이와 함께 울라, 닫힌 마음이 열린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누군가 내 얘기를 들어 줬으면, 내 옆에 있어 줬으면, 나를 이해해 줬으면’ 하고 사랑에 목말라 있고 진정한 사귐에 목말라 있다. 사랑에 굶주리면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사람들을 두려워하게 된다. 그 결과 자아상이 무너지고 병들어가게 된다.

요즘 스마트폰 중독이 점점 심각해진다. 예전에 인투 청소년 훈련학교에 왔던 중2 여학생은 스마트폰을 한 순간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던 아이였다. 머리를 감을 때도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다른 손으로 감을 정도였다. 이 아이는 중1때 학교에서 친한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마음이 무너진 채로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힘들었던 이야기를 울면서 털어놨다. 그런데 목사 사모인 엄마는 바쁜 일이 많아 “우리 딸! 기도하자”고 말하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기도하자는 엄마 말이 위로가 아니라 상처가 되고 말았다.

“그게 아니야! 엄마, 기도하자고 하지 말고 그냥 나 좀 안아줘. 내 얘기 좀 들어줘. 나 너무 외롭고 힘들어. 나랑 함께 있어 달라고.” 아이는 속으로 이렇게 눈물로 호소하고 있었다. 이후 아이는 엄마에게 마음 문을 닫아버렸고, 익명의 사람들과 문자를 주고받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채팅에 대한 집착은 갈수록 심해져 중독 수준이 돼 갔다.

이 아이가 인투 청소년 훈련학교에 온 첫날 강의가 끝나고 기도가 시작됐을 때였다. 아이가 앞으로 달려 나와 하나님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나님을 부르며 기도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엄마를 부르며 통곡했다. “엄마, 나 좀 안아줘! 내 얘기 좀 들어줘! 나 너무 힘들어. 친구들이 무서워.” 울면서 소리 지르며 그동안 가슴속 깊은 곳에 맺혔던 이야기들을 토해내기 시작했을 때 아이는 하나님을 만났고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을 경험하게 됐다. 어둠에서 빛으로 나온 이 아이의 내부에서 놀라운 변화가 시작됐다. 어둠에서 빛으로 나오면 병들었던 자아상이 회복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책망을 받는 모든 것은 빛으로 말미암아 드러나나니 드러나는 것마다 빛이니라.”(엡 5:13) 어둠 속에 빛이 비치면 우리들의 악한 의도가 다 드러난다. 그렇게 내면의 어둠이 드러났을 때 빛이 비치며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을 경험하게 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게 된다. 어둠 속에는 빛이 없고 사랑이 없다. 빛이 없으면 생명이 자라지 못하고 성장이 멈춘다. 어둠 속에는 상한 감정들이 숨겨져 있다. 불만 미움 분노 슬픔 외로움 억울함 열등감 패배감 부끄러움 죄책감 두려움 절망 우울함 살인충동 자살충동 등은 다 사랑 받지 못해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아이들은 이런 내면의 어둠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다. 가면을 쓰고 겉으로는 착한 척 행복한 척 믿음이 좋은 척 위장을 잘한다. 그 이유는 사랑 받고 인정받고 싶어서다. 내 실체를 드러내면 무시당하고 버림받을 거라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아무리 착한 척하고 문제가 없는 척해도 그건 내가 아니다. 아무리 겉모습이 그럴듯해도 그건 진실한 내 모습이 아니다.

진정한 자아상 회복은 내면의 진짜 내 모습이 드러났을 때다. 그때 하나님으로부터 이해와 용납을 받게 되고 자아상은 놀랍게 회복되기 시작한다. 이때 교사가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드러내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함께 울어주며 기도해준다면 더욱 놀랄 만큼 아이들이 회복된다.

청소년 집회에 참석했던 초등학교 6학년 여자 아이는 다음과 같은 소감을 남겼다. “집회 중 강사님이 친구에 대한 죄책감, 짜증남, 미워하는 마음들을 하나님께 다 일러바치라고 하면서 그것이 하나님을 믿고 신뢰하는 기도라고 하셨어요. ‘이런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어주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생각을 버리고 하나님께 정말 솔직하게 내 마음을 말씀드렸더니 눈물이 났어요.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그때 조장님이 나를 꼭 안고 기도해주셨고, 나도 모르게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눈물과 기도가 나왔어요. 그 순간 친구에게 느꼈던 짜증과 미워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오히려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교회에서 교사가 아이들의 내면을 드러내게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감정 체크리스트’(표 참고)는 쉽게 교사와 아이들이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때 교사의 역할은 자기 내면의 아픔을 먼저 아이들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교사가 아픔을 드러내는 것만큼 아이들은 더 드러낸다. 이때 친밀감이 형성돼 서로 친해진다.

하신주 원장<온누리교회 인투교육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