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코미디쇼 ‘SNL 코리아’ 마스코트 자리매김 김슬기 “‘천의 얼굴’ 가진 배우되려고요”

입력 2013-03-13 17:13


김슬기(22)는 변화무쌍한 배우다. 귀엽고 앙증맞은 꼬마, 거친 욕설을 내뱉는 텔레토비, 독설을 서슴지 않는 정치인, 섹시한 의상을 입고 멋진 무대를 연출하는 가수…. 그 어떤 배역을 연기하건 어색함이 없다. 브라운관 속 그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넘치는 끼를 주체 못하는, 천생 배우의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이런 그의 실력이 십분 발휘되는 무대는 매주 토요일 밤 11시 방영되는 케이블 채널 tvN의 생방송 코미디쇼 ‘SNL 코리아’다. 미국 NBC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 한국 버전인 이 프로그램에서 김슬기는 통통 튀는 매력으로 ‘SNL 코리아’의 마스코트가 됐다.

하지만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난 김슬기는 TV에서 보던 것과 많이 달랐다. 인터뷰 내내 목소리는 작았고 태도는 진중했다. “실제로 만나면 예상한 것과 많이 달라 실망하셨다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학창 시절 얘기부터 꺼냈다.

“중학교 때는 말괄량이였어요. 친구들 웃기는 걸 좋아했죠. 그런데 고등학교 진학하면서 성격이 180도 달라졌어요. 도도해진 거죠(웃음). 특히 남학생들하고는 거의 말도 안 섞었어요. 지금은 10대 때 지닌 두 개의 다른 성격이 섞인 거 같아요. 실생활에서는 조용하고 방송에서는 활발하고.”

부산에서 나고 자란 김슬기는 2010년 상경해 서울예대 연기과에 들어갔다. 이듬해 연극 ‘로미오 지구 착륙기’, 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MBC) 등에 출연하며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대중에게 그의 이름을 각인시킨 건 ‘SNL 코리아’에 크루(고정출연진)로 참가하면서부터다.

특히 지난해 인기 코너 ‘여의도 텔레토비’에서 보여준 김슬기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그는 한 주 동안의 정가 소식을 콩트로 풀어낸 이 코너에서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를 패러디한 캐릭터 ‘또’를 연기했다. 시청자들은 귀여운 외모에 거친 입담을 자랑하는 ‘또’에 열광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로 나온 출연자가 욕을 가장 많이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심의에 착수했고, ‘문제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고맙더라고요. 저희 프로그램이 그만큼 힘이 있다는 거잖아요. 새누리당도 나중엔 대선 유세 현장에서 (‘또’ 캐릭터 의상을 입은 인물을 배치하는 등) 많이 활용하더라고요. 기분 좋았어요.”

방송에서는 걸쭉한 욕설을 내뱉지만 실제 김슬기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욕을 못하는 성격이다. 방송에서 욕하는 게 어렵지 않은지 묻자 그는 “연습해서 안 되는 게 있겠느냐”며 웃음을 지었다.

“‘SNL 코리아’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휴식기를 가졌잖아요? 두 달간 욕을 안 하니까 욕이 입에 다시 안 붙더라고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혼자 밥 먹다가도 욕하고 그랬어요(웃음).”

나이도 어리고 연기 경력도 짧지만 현재 방송가에서 김슬기만큼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NL 코리아’에서의 명불허전 개그 연기는 물론이고 노래 실력도 출중하다. 서울예대 연기과에서는 뮤지컬을 전공한다. 최근엔 드라마 ‘이웃집 꽃미남’(tvN) 주제곡을 부르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해 5∼12월엔 연극 ‘서툰 사람들’에서 여주인공 유화이 역을 맡아 열연했다. 도대체 김슬기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 것일까. 그가 앞으로 주력하고 싶은 분야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어요. 제가 원래 욕심이 많아요. 노래와 연기, 춤 모든 걸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영화나 뮤지컬도 하고 싶고요. 믿는 대로 된다고 하잖아요. 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전부 다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해요.”

김슬기의 부모는 경북 울진에서 식당을 운영한다. 딸이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는 스타가 됐는데도 부모는 딸의 ‘위상’을 잘 모른다고 한다. 부모는 지상파를 주로 애청하는데 딸의 활약 무대는 케이블 방송이기 때문이다.

“제가 집에 내려가면 부모님께 자랑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음식점에 갔는데 저를 알아보고 식당 아주머니가 ‘서비스’ 음식을 주더라는 식으로. 그러면 엄마는 (경상도 사투리로) ‘니를 우찌 알고 사람들이 알아보는데? 거짓말하지 마라’며 면박을 주시죠. 엄마는 저를 가소롭게 여기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최근엔 주변 사람들이 제 얘기를 부모님께 하나 봐요. 조금씩 딸의 인기를 눈치 채기 시작한 거 같아요(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