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실전 응수타진
입력 2013-03-13 18:00
아마추어가 프로의 바둑을 보고 열광하는 이유는 프로의 수를 모두 이해해서가 아니다. 뭔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수순을 교묘하게 비틀어 모양을 만들어 가는 수에 감탄하는 것이다. 이런 쾌감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실전 응수타진’이다. 특별히 수가 되는 자리는 아니지만 지나가는 길에 슬쩍 찔러보는 방법. 그 수는 상대가 받아주는 것에 따라 엄청난 경우의 수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특별한 수가 되지 않아도 상대 의중을 살필 수 있는 좋은 작전이 되기도 한다.
프로들은 이런 미묘한 자리를 찔러가는 것을 아주 잘하고 좋아한다. 또한 이런 응수타진들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최근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원익배 16강전 유창혁 9단과 이영구 9단의 바둑에서 응수타진에 대해 살펴본다.
<장면도> 백1로 입구자로 나오자 흑이 2로 날일자 씌운 자리이다. 상변 백은 자체로도 쉽게 안정을 취할 수 있는 모양. 하지만 후수로 살기보다는 중앙으로 진출하면서 우변의 백과도 연결하고 중앙의 흑도 차단하고 싶다. 이때 백은 3의 자리로 붙여왔다. 응수타진이다. 상대가 어떻게 받아주느냐에 따라 백 또한 다음 행마를 선택하겠다는 뜻이다.
<참고도> 흑이 1로 물러선다면 백은 그것으로 만족이다. 일단 바로 건너가는 것이 아니라 백2로 중앙으로의 진출을 꾀한다. 만약 흑이 백을 차단해 오면 4, 6으로 몰고 8로 건너가서 귀의 흑 집이 모두 지워지며 모양 또한 포도송이 우형이 되어 불만. 백은 귀의 흑을 노릴 수 있어 실리로도 큰 이득이다. 흑은 지금처럼 3으로 바로 끊어가는 수는 선택하기 어렵다.
<실전도> 흑은 물러설 수 없는 자리. 무조건 1로 내려서서 백 한 점을 제압해야 한다. 이때 백은 한 점을 사석으로 이용해 2로 들여다보는 수를 선수로 교환한다. 이어 4, 6으로 중앙으로 탈출하며 우변의 백 모양과도 깔끔하게 연결해 나갔다. 귀의 부분적인 모양으로 봤을 때는 백의 실리 손실이 있어 보이지만 초반 몇 집의 의미보다는 중앙 처리가 두텁게 돼 백의 만족.
실전 응수타진은 무궁무진한 변화들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에 맞지 않는 수를 남발한다면 부분적인 손해를 초래하고 불필요한 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절묘한 타이밍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