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이해시키려 하지말고 진한 감동을 주라
입력 2013-03-13 18:11
1990년대에 등장한 ‘뇌과학 마케팅(neuromarketing) 이론’은 성공적인 마케팅을 위해서는 인간의 이성보다는 (무의식적인) 감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예로 스페인 살라망카대학교의 브라이도트 교수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두 가지 판단에 의존하는데 그것은 생각하는(think) 판단과 느끼는(feel) 판단이었다. 그리고 구매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느끼는 판단”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세계적인 기업들이 ‘감성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이론적 바탕에 기초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기업의 마케팅 분야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칩 히스 교수와 듀크대학교의 댄 히스 선임연구원은 행동설계 전문가들인데, 행동설계를 아주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사람들이 더 나은 (또는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그들은 ‘스위치(Switch: How to Change Things When Change Is Hard)’(2010)에서 성공적인 변화를 위한 3가지 요소를 제안하였다. 첫째, 기수에게 방향을 제시하라. 둘째, 코끼리에게 동기를 부여하라. 셋째, 지도를 구체화하라. 여기서 기수는 인간의 이성을, 코끼리는 인간의 감성을 각각 의미한다. 이 표현이 이미 암시하듯 인간은 기본적으로 감성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이다. 왜냐하면 일단 코끼리 같이 막강한 감성이 버티거나 거부하면, 연약한 기수와 같은 이성의 판단력과 결심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성이 감성을 자제력이라는 고삐로 통제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고, 실제로 인간을 행동하게 만드는 것은 감성이다. 그래서 히스 형제는 사람을 설득하거나 변화시키려면 이성뿐만 아니라 감성을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인간은 몰라서 못하는 존재라기보다 뻔히 알면서도 안 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전반적인 우리사회는 날카롭고 메마른 이성들끼리만 충돌하며 파열음을 내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기업, 단체, 개인 가릴 것 없이 상대편의 이성만 자극하는, 그것도 매우 부정적인 방향으로 자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최근의 남북한 관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교회 속의 영성조차 메마르게 만들고 있다.
기억하라. 상대편은 당신의 주장이 이해가 되지 않아 동의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만 당신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뿐이다. 마음이 상한 사람에게는 흥겨운 노래조차 짜증스러운 법이다. “마음이 상한 자에게 노래하는 것은 추운 날에 옷을 벗음 같고 소다 위에 식초를 부음 같으니라.” (잠언 25:20) 그러므로 상대를 설득하려 하기보다 감동시키려고 노력하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교만한 지식’보다는 사람들의 냉랭한 가슴에 온기를 불어넣어줄 ‘따뜻한 감성’이다.
<꿈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