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넘어 함께하는 우리로 (11)] 하나님 창조질서 보전 ‘탈핵으로’ 한걸음
입력 2013-03-13 18:16
핵없는 안전한 생명세상을 꿈꾸며
지난 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2주기를 맞아 추모행사 및 탈핵 축제 한마당이 펼쳐졌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원자력은 안전하다’는 신화가 더 이상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온갖 납품비리와 고장사고 은폐 등으로 우리나라 핵발전소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핵발전소 정책은 확장 일변도로 추진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이런 현실 속에서도 ‘탈핵(脫核)’은 가능하다는 희망을 나누고 보여주기 위한 자리였다.
“핵발전소 믿지 말고 하나님 주신 햇빛과 바람을 모으자.” “핵과 신앙은 양립할 수 없습니다.”
한국YWCA도 집회 부스 앞에 탈핵을 위한 이 같은 다짐을 내걸고 먼 곳에서까지 달려와준 회원들과 탈핵과 대안에너지 한마당에 참여했다.
후쿠시마에서 벌어진 엄청난 대재앙이 어느새 2년이 지난 지금, 후쿠시마의 모든 생명이 돌이킬 수 없는 방사능 피해로 고통당하면서 죽음의 핵과 그것의 폭력이 여실히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사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과 원전정책은 변함이 없다. 이대로라면 기존에 가동 중인 23기의 핵발전소에 이어 3기가 추가로 가동돼 우리나라는 26기가 가동되게 된다. 거기다 고리 1호기 등 노후 원전도 재가동되면 전 세계적인 탈핵의 흐름에 완전히 역행하는 꼴이 된다. 그래서 어찌 보면 현실은 매우 절망적이다.
핵 발전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필요악이라는 논리에는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한 차질 없는 공급이라는 명분이 숨어 있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전력 소비는 4배 가까이 늘었고 2020년에는 2010년에 비해 40%나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확대일로의 에너지 수요정책을 수정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 2020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멈추기로 한 것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면 전력 수요에 맞추기 위해 위험하고 폭력적인 핵발전소를 증설해야만 하는가. 이미 우리는 핵발전소 밀집도 세계 1위다. 핵발전소의 사고 위험도 그만큼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24시간 꺼지지 않는 상점의 불빛과 불야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정의 일상생활뿐 아니라 냉난방 시스템과 산업용 시설의 ‘전기 무한 소비’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핵발전소는 절대 필요하다는 논리를 받아들여야만 할까. 정말로 핵발전소 없이 우리 삶은 이어질 수 없는가.
사실 그 답은 그리 절망적이지 않다. 52개의 핵발전소를 다 멈추고도 두 해를 넘긴 일본 국민들의 노력을 봐도 그렇고 지자체 차원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태양광에너지 시스템 등 대안에너지로 에너지 자립을 추구해 서서히 탈핵을 이루어가는 독일을 봐도 그렇다. 이제 일본과 독일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서서히 탈핵을 향한 용틀임이 시작되고 있다. 서울시가 ‘원전 1기 줄이기’ 사업을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고, 46개의 지방자치단체가 탈핵과 에너지 전환정책 수립을 선언했다.
한국YWCA 또한 ‘탈핵실천대안에너지운동’을 중점운동으로 삼고 탈핵을 위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핵의 위험성을 입으로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에너지를 펑펑 써대는 소비습관을 버리는 것, LED 등 친환경 조명을 사용하는 것, 하나님이 주신 햇빛을 모아 YWCA 관련시설에서부터 에너지 자립을 실험해 보는 것이 그것이다. 모든 생명을 절멸시킬 핵의 위협으로부터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하려는 한걸음, 한국YWCA가 지금 그 소중한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윤숙(한국YWCA연합회 생명비전연구소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