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5·24조치’ 단계적 완화… 인도적 접근으로 대화 물꼬

입력 2013-03-14 02:59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구체화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출발은 직전 이명박 정부가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이후 “도발에 대한 사과 없이는 어떠한 대북 경제 지원이나 대화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5·24조치’의 단계적 완화다. 청와대와 정부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강경 대북 제재 스탠스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인도적·경제적 교류를 재개하기 위한 대화 프로그램을 동시에 가동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MB(이명박 전 대통령)는 5·24조치에 갇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지난 정부에서도 인도적·비정치적 사안들은 남북이 충분히 풀어갈 수 있었는데 지나치게 경직된 기조만 고집해 역대 모든 정부가 추구했던 한반도 평화라는 대전제를 포기하는 모양새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한·미 연합 키 리졸브 연습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반발하는 북한이 연일 전쟁 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대화의 문을 열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안보는 안보대로 확실하게 빗장을 채우고 대북 정책은 ‘차가운 정세의 겨울’이 지나기를 기다리며 준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핵심 참모도 “추가 도발을 위협하고는 있지만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인 KN-02 시험발사 정도에서 그치고 더 이상 도발 수위를 높이지 않는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당장의 안보 위기를 수습한 이후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통한 5·24조치 완화→당국 간 대화창구 개설→북한의 천안함·연평도 사태 사과 유도→5·24조치 전면 해제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추구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사태 사과 없이도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입장을 정한 것 자체가 일종의 강온 병행 전략으로 해석된다. 지금 당장은 북한의 군사도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겠지만 끊임없이 “우리는 화해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방법으로 북한 지도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대화 국면이 시작되면 그동안 경색됐던 남북 간 각종 현안들도 큰 어려움 없이 풀려갈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도 결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