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장로 칼럼 - 종교인과 신앙인 (38)] 사내 음주

입력 2013-03-13 10:51


며칠 전 영업부 지점에서 2개월 된 신입사원을 다른 직원으로 교체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영업사원으로서 자질이 부족하고 성격도 꽉 막혀 있어 도저히 영업직을 가르쳐 일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야기였다. 그 사유를 자세히 더 들어보았다. 그 직원은 회식 때 술을 전혀 먹지 않고 조용하게만 있어 직원들과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화가 안 된다고 한다. 게다가 영업실적도 약한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소속 임원이 그 직원과 자세히 면담을 하고 와서 내게 보고하는 내용은 이미 들었던 내용과 달랐다.

목사의 아들인 그 신입사원은 나름 실력도 있고 성실한 직원인데 오직 술만 안 먹는다는 것이다. 마케팅 부서로 옮겨서 근무를 시켜 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 때 다시 처리한다는 이야기에 마케팅 부서로 발령을 냈다.

아직도 사회에서는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는 것이 그렇게도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는 분위기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돌이켜보니 몇 년 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어느 철저한 기독 청년이 회식 자리마다 사이다를 시키고 술잔에 따르면서 “저는 술을 마시지 못하지만 이 사이다를 소주로 생각하고 함께 즐겁게 마시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말로 분위기가 어색하지 않도록 맞춰 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신입사원은 약사라 그렇게 해내고 있다고 한 직원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지금은 해외 지사에서 지사장으로 잘 근무하고 있는데 요즘은 소주 한 잔은 하고 그 다음부터 사이다를 마신다고 한다. 책임자가 되니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술에 대한 이해가 좀 바뀐 모양이었다.

성경에는 술에 취하지 말라고 했지, 술이 아주 나쁘고 절대 가까이 하면 안된다는 구절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독교인 정체성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정의돼 있다. 이것은 술취하지 말라고 했으니 일면 맞지만 가볍게 한 잔 정도 하는 것 까지 비난을 하기에는 좀 무리라는 생각을 해봤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기독교인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단지 ‘술만 마시지 않겠다’는 기독교인은 오히려 조롱거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모임에서인가 ‘나는 장로인데도 이렇게 주당입니다’라며 연거푸 술잔을 비우는 사람을 보면서 매우 혐오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술이 기독교인의 정체성의 전부는 아닐 지라도 술에 취해 추태를 부리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기독교인은 남보다 일 잘하고 성실하여 모범이 되지 않으면 절대로 전도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 안 마시는 것보다 신앙과 성품이 좋아야 기독교인’이라는 한 직원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나는 제약회사 영업사원 시절, 이 술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다. 군에 있을 때까지는 장교로 근무하여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있었지만 말단 영업사원이던 시절엔 안 마실 수가 없어서 마시는 척 하는 기술, 몰래 바닥에 그릇을 놓고 술을 버리는 기술도 연마했다. 물론 어떤 때에는 꼼짝없이 마실 수밖에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정신은 항상 또렷하게 차리고 있었다.

이제 사업체를 운영하다 보니 이제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 와 있지만 기독 젊은이들의 고민이 실감이 난다. 그러나 요즘은 핑계거리가 많다. 운전을 해야 된다든지 하는 말로 얼마든지 먹지 않을 수 있다. 술을 먹어야 영업을 잘 한다는 말도 옛날 얘기다. 본인이 스스로 무너져 심하게 음주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 부끄러운 일이다.

술이나 음식이 문제가 아니라 기독교인의 정체성이 예수님께 가 있고 전적으로 하나님만 의지한다면 술 문제는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된다. 술을 보면 싫어지고 몸이 받아주지 못하는 때가 온다. 슬기롭게 세상을 이겨 나가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꽉 막힌 사람이란 이야기를 들으면 사회에 적응을 못한다.

그런 사람은 아무도 반기지 않는다. 남과 소통하며 그리스도의 향기를 낼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힘든 일이지만 노력한다면 새내기 기독교인이 주인이 될 때가 온다. 그리고 가정, 자식들의 본보기가 될 때가 온다. 새 출발을 하는 기독 청년들 파이팅! 사랑하는 예수님께서 그 행위를 이쁘게 보시고 잘 돌보아 주실 것이라 믿는다.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