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냐, 바우처냐… 복지부, 3월 25일 시행 양육수당 지급방식 놓고 고민
입력 2013-03-12 22:20 수정 2013-03-12 23:26
이달부터 전 계층으로 확대되는 양육수당의 첫 지급일인 25일을 앞두고 정부가 지급방식에 대해 고민에 빠졌다. 11일까지 양육수당 신규 신청자는 83만명(보육료 38만명, 유아학비 47만명). 연령에 따라 10만∼20만원(0세 20만원, 1세 15만원, 2세 이상 10만원)의 현금이 통장으로 바로 지급된다.
막상 지원시기가 다가오자 양육수당이 사교육비나 생활자금 등으로 전용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됐다. 지난 6일 인사청문회에서는 진영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이 현금수당의 남용 가능성을 지적하며 이후에 현금 제도를 바우처 방식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일단 제도 시행 초기에는 현금으로 지급하되 이후 바우처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부적으로는 기저귀·분유·완구 같은 특정 물품만 구입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할 건지 술·담배·사설학원 등 기피 품목을 지정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할 건지 따져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바우처 방식에 부정적이다. 육아정책연구소 서문희 기획조정실장은 “양육수당은 보육료 지원의 대체재인데 용처를 지정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기업 ‘클린카드’처럼 술집에서는 쓸 수 없고 마트에서는 사용 가능한 카드를 지급하더라도 마트에서 술을 사는 것까지 막기는 어렵다. 행정비용도 많이 들고 효과도 의심스러운 정책을 왜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세경 연구위원도 “양육수당은 가정양육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고 개별가정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제각각”이라며 “사용처를 제한하면 양육수당 도입 취지가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혜자인 부모들 반응도 비슷했다. 5개월 전 딸을 낳고 휴직 중인 회사원 문수정(34·서울 용강동)씨는 “기저귀, 유모차, 카시트, 아기띠, 포대기, 식탁의자, 장난감, 흔들의자, 예방접종비까지 아이 키우는데 돈이 정말 많이 든다. 20만원 받아서 다른 데 쓸래야 쓸 수도 없다”고 말했다.
2남1녀 중 막내가 19개월로 15만원 양육수당을 신청한 박은애(33·경기도 광명시)씨 역시 “큰 애 학원비랑, 막내 간식비, 식구들 식대가 뒤섞여 있고 누구한테 얼마를 쓰는지도 불분명하다”며 “현금을 주면 가계에 도움이 많이 되겠지만 사용처가 정해진 쿠폰 같은 것이라면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