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학교 방문증 패용 의무화’ 유명무실… 외부인 방문증 없이 자유롭게 출입
입력 2013-03-12 21:49
새 학기부터 학교 방문증 패용 의무화가 시행됐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아직 잘 지켜지지 않고 있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청주 도심 A초등학교에서는 지난 11일 오후 방문증을 달고 있는 외부인은 아무도 없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1주일이 지난 상황에서 학교 측은 “출입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문증 확인을 하지 않아 방문증 없이도 외부인의 출입이 가능했다. 교문이나 현관 등 학교 어느 곳에서도 방문증 관련 안내문은 없었다. 복도에서 마주친 교직원도 공무원증을 착용하지 않았다. 학생증이 없는 초등학생들은 따로 명찰을 만들어 패용해야 하는데도 없는 아이들이 많았다. 인근 B중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충북도교육청은 국민일보가 일선 학교의 방문증 패용 실태를 취재하자 12일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내 학생 보호와 학교안전 강화를 위한 각급 학교 외부출입자 통제 지침을 밝혔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 지침에 따르면 학부모를 포함한 학교 방문객은 경비실이나 행정실에 신분증을 내고 출입증을 받아야만 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 교직원과 학생들은 공무원증과 이름표를 달아야 한다. 2015년까지 전교생 60명이 넘는 모든 일선 학교는 경비실을 설치해야 하고 40만 화소 이상의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충북대 이재은(48·행정학과) 교수는 “외부인의 무단침입을 막기 위해서는 학부모까지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며 “방문증 의무화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어서 실효성이 낮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교육청은 올해 31억2000만원을 들여 도내 312개 초·중·고(특수학교 포함)교에 경비실을 설치하고 CCTV 교체는 내년에 예산을 확보해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충북지역 일선 학교에 경비실이 있는 곳은 56곳으로 전체 학교의 11.6%에 그치고 있다.
이충호 도교육청 학교폭력예방대책과장은 “지난 8일 열린 학교장 연찬회에서 출입증 의무화에 대해 설명을 했었다”며 “18일부터 29일까지 시범적으로 21개교를 대상으로 방문증 이행 실태조사를 가질 예정이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