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치·종교계에 美 ‘도닐런 3형제’ 막강 파워… 백악관 핵심 참모로 새 교황후보 추기경 비서로

입력 2013-03-12 20:45

차기 교황을 선출할 콘클라베가 12일 시작된 가운데 세계 정치와 종교를 뒤흔드는 ‘도닐런 3형제’가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간) 미국의 숀 패트릭 오말리 추기경(68·보스턴 대교구장)이 새 교황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면서 추기경의 홍보책임자이자 비서인 테런스 도닐런과 그의 맏형인 톰 도닐런(57)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약 오말리 추기경이 교황에 선출된다면 도닐런 형제들 중 한 명은 지구상에서 가장 힘 있는 정치지도자(버락 오바마)의 보좌관, 또 다른 한 명은 지구상에서 가장 힘 있는 종교지도자의 보좌관이 된다는 것.

이뿐 아니라 또 다른 형제인 마이클 도닐런(52)은 조 바이든 부통령의 최고참 보좌관이다. 두 형제가 백악관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을 보좌하고 있는 것. 바이든 부통령이 2016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된다면 마이클 도닐런은 형 톰의 자리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 마이클 도닐런은 1981년부터 바이든과 연을 맺으면서 오바마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알 고어 전 부통령, 존 케리 국무장관 등의 대선 전략을 비롯해 수많은 민주당 인사의 선거전략을 도맡다시피 해온 베테랑 선거전략가다.

톰 도닐런의 부인 캐서린 도닐런은 바이든 부통령의 부인 질 여사의 비서실장으로 클린턴 행정부에서 법무부 차관보를 지냈다. 누이 도나는 현재 한 종합병원의 간호사로 재직 중이다. 오말리 추기경과 바이든 부통령도 예사로운 관계가 아니다. 바이든의 2007년 선거캠프 대변인이었던 래리 라스키가 운영하는 홍보회사가 보스턴 교구 홍보컨설턴트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로드아일랜드주의 주도인 프로비던스의 아일랜드 혈통 집안에서 태어난 도닐런 형제들은 어린 시절 복사(사제의 미사 집전을 돕는 소년)로 활동했을 정도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성장했다.

최근 톰 도닐런은 콘클라베 참석을 위해 바티칸을 방문한 오말리 추기경과 동생 테런스에게 이메일을 보내 안부를 물을 정도로 형제간 우애는 두텁다. “어떻게 돼 가냐”는 형의 질문에 동생 테런스가 이메일로 보낸 답은 “놀라울 정도로 잘돼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때론 각자의 정치적, 종교적 신념이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테런스는 두 형이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가 건강보험개혁정책에 피임약 보장을 포함시키자 강력히 반대하는 가톨릭계의 입장에 동참하기도 했다. 테런스는 WP 인터뷰에서 “이 문제에 대한 행정부의 방식은 적절치 못했다”면서 “형제들은 나름대로의 인생과 직업이 있기 때문에 때때로 충돌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대로 놔둔다”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