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무제 전 대법관 20년 ‘모교 사랑’

입력 2013-03-12 20:46 수정 2013-03-13 00:44


1993년부터 동아대 발전기금 8110만원 몰래 기부

‘청빈 법관의 대명사’ ‘청렴과 원칙주의자’ 등으로 알려진 조무제(72·동아대 석좌교수·사진) 전 대법관의 선행이 다시 한 번 감동을 주고 있다.

동아대는 조 전 대법관이 1993년 500만원을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모두 8110만원의 학교발전기금을 모교인 동아대에 남모르게 기부했다고 12일 밝혔다.

조 전 대법관의 선행이 빛을 발하는 것은 그의 청빈한 삶 때문이다. 조 전 대법관은 93년 공직자 첫 재산공개 당시 25평(82.6㎡) 전세아파트 등 6434만원을 신고해 고위법관 103명 중 꼴찌를 차지했다. 98년 대법관이 됐을 때도 재산 7200여만원을 신고했다.

일선 법관 재직 시 당시만 해도 관행이었던 전별금을 받아 법원 도서관 등에 희사한 일화는 유명하다. 대법관 시절에도 서울 서초동의 보증금 2000만원짜리 원룸에서 생활하며 장관급 예우를 받는 대법관에게 배속되는 5급 비서관도 두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해외시찰 기회도 모두 반납하는 등 청빈한 삶을 고집해 왔다.

특히 새 정부 장관후보자 청문회 과정에서 사회 전반에 퍼진 법조인 출신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전관예우가 뜨거운 쟁점이 되면서 조 전 대법관의 ‘선비 정신’은 더욱 귀감이 된다.

34년간 법조인 생활을 마친 후 퇴임한 조 전 대법관은 거액의 보수가 보장되는 변호사 개업과 로펌의 영입 제의를 마다하고, 모교 동아대로 돌아가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부산고법 민사조정센터의 센터장 역할을 겸임하는 그는 요즘도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하면서 시민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