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법률상담으로 인생 이모작’ 6년 전 약속 지켰다… 이강국 전 헌재소장 법률구조공단서 자원봉사
입력 2013-03-12 20:45
지난 1월 퇴임한 이강국(68) 전 헌법재판소장이 서민들을 위한 무료법률 상담을 시작했다. 6년 전 인사청문회에서 “퇴임 후 무료상담을 하면서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자원봉사자가 된 이 전 소장은 1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법률구조공단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한 평이 되지 않는 상담실로 들어섰다. 이 전 소장의 첫 의뢰인은 조합 형태의 재개발 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파기하면서 1000만원을 손해 본 한모(70)씨였다. 한씨는 “시행사의 과장광고에 속아 계약을 맺었다”며 “딸에게 아파트를 주려 했는데, 억울해서 잠도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 전 소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한평생 일군 건데, 얼마나 억울하고 속이 상하시겠습니까”라고 위로했다. 이어 “하지만 조합탈퇴 신청서에 서명을 했기 때문에 재판으로는 돈을 돌려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찰이나 공정위에 고발하는 절차를 밟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한씨는 “소장님께 직접 상담 받을 수 있어 영광”이라며 고마워했다.
2시간 동안 한씨 외에도 2명의 의뢰인이 이 전 소장에게 상담을 받았다. 의뢰인들은 “가려운 데를 긁어주셨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 전 소장은 취재진에게 “상담 받으러 여기까지 오시는 분들에게 얼마나 많은 한스러움이 맺혀 있겠느냐”며 “의뢰인들의 어려움과 한, 충분히 경청하고 들으려 애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전 소장은 일주일에 이틀 동안 법률구조공단에서 무료법률 상담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다른 공직이나 로펌에는 갈 뜻이 없다고 한다. 이 전 소장은 “다만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대한민국이 통일되어 통일헌법을 만들게 되면 그때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