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밀워키전 4.2이닝 3실점 3K… 타자 적응 순조

입력 2013-03-12 20:25 수정 2013-03-12 22:47


‘괴물’ 류현진(26·LA다저스)은 메이저리그에서 강속구로 먹고살 처지가 못 된다. 한화시절인 지난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3㎞에 그쳤다. 류현진은 왼손 투수치곤 구속이 빠른 편이다. 그러나 시속 160㎞에 육박하는 강속구에 익숙한 메이저리거들을 직구로 제압하기는 어렵다. 미국 현지에선 류현진을 강속구 투수가 아니라 기교파 투수로 보고 있다. 기교파 투수는 제구가 흔들리면 버틸 재간이 없다. 류현진은 시범경기 세 번째 등판에서 또 제구가 흔들렸다.

류현진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메리베일 베이스볼 파크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결과는 4¼이닝 5피안타(3루타 1개 포함)3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LA다저스 2대 3 패). 평균 자책점은 6.00에서 5.91로 떨어졌다. 네 번의 경기에서 세 번 선발로 나선 류현진은 10¼ 이닝 동안 13피안타 7실점을 기록하며 승리 없이 2패를 떠안았다.

류현진은 밀워키전에서 3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2회에 4번 타자인 리키 위크스를 상대로 체인지업, 직구, 커브를 구사해 삼진 처리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4회 들어 갑자기 제구가 흔들렸다. 류현진은 선두 타자 고메스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뒤 3루타, 중전 안타, 폭투,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4회에 3실점한 류현진은 5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2아웃을 잡은 뒤 강판됐다.

류현진의 주무기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잘 통하고 있다. 3이닝 동안 삼진을 5개나 잡아낸 지난 7일 클리블랜드전에선 강타자들이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직구의 경우 제구가 들쭉날쭉하다. 류현진은 지난 2일 첫 선발 등판한 LA에인절스전에서 코너워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직구 제구가 되지 않아 류현진은 경기 초반부터 볼넷과 안타를 잇따라 허용했다. 하지만 클리블랜드전에서는 직구가 홈 플레이트 좌우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류현진은 슬라이더와 커브로는 재미를 못 보고 있다. LA에인절스전에선 1회 1사 1루 풀카운트에서 3번 타자 조시 해밀턴에게 처음으로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홈런을 맞았다. 류현진은 미국으로 건너간 뒤 ‘LA다저스의 전설’ 샌디 쿠팩스에게 커브를 배웠다. 그러나 만족할 만한 궤적을 얻지 못했다. 류현진은 밀워키전에선 한국에서 사용하던 그립을 이용해 커브를 던졌다고 했다. 류현진이 미끄럽고 실밥이 도드라진 메이저리그 공인구로 위력적인 슬라이더와 커브를 구사하려면 적응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밀워키전이 끝난 뒤 “전반적으로 투구 내용이 좋아지고 있다. 변화구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직구도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해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날 류현진의 공을 받은 포수 A. J 엘리스는 “예전보다 훨씬 공이 날카로워졌다”며 “류현진이 최고의 선수들과 제대로 맞붙으려면 집중력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결국 안정된 제구력에다 직구 스피드를 올리는 것이 메이저리그 성공의 열쇠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