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빠진 재발방지책 혁신의지 있나… KBL 승부조작 사과

입력 2013-03-12 20:25 수정 2013-03-12 22:45

한국농구연맹(KBL)이 강동희 원주 동부 감독의 승부 조작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하지만 안이한 상황 판단 및 부실한 후속 대책으로 ‘뒷북 행정’이라는 오명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한선교 KBL 총재는 12일 서울 논현동 농구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강 감독의 승부 조작 구속 사태에 대해 프로농구를 사랑해 주신 팬 여러분께 깊이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한 총재는 “현 상황이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래 가장 큰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며 “KBL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환부를 도려내고 새 살을 돋게 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상 초유의 승부조작 현직 감독 구속이라는 사태에 대해 일단 머리를 숙였다. KBL은 재발 방지 대책으로 신인 드래프트 및 자유계약선수(FA) 제도 개선, 선수협의회 창설, 심판 및 코칭 아카데미 운영 등을 내놨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이 실효성이 있는 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2011년 처음으로 홍역을 치른 프로축구는 재발 방지를 위해 상시 감시 시스템으로 ‘클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승부조작 및 경기조작, 스포츠토토 구매 및 불법토토 사이트 개설·운영 등 각종 부정행위에 대해 연맹 홈페이지 내 클린센터나 전화, 팩스 등으로 제보하면 사안에 따라 포상금을 1억원까지 지급하고 있다. 또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8월 승부조작에 연루된 전·현직 국가대표를 포함한 47명을 무더기 영구제명 조치했다. 하지만 KBL은 자진신고 및 클린센터, 포상금 제도 운영 등 핵심 내용이 대책에서 빠졌다. 한 총재는 “강 감독의 징계 여부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후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각 구단별로 조사 중이며 현재는 (다른 선수나 감독이 연루됐는지) 밝혀진 게 없다”고 말했다. 11일 구속된 강 감독은 이날 원주 동부 구단을 통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구단과 농구팬에게 죄송하다”며 감독직에서 사퇴했다.

이날 발표한 대책도 뒷북을 쳤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KBL은 최근 신인 드래프트 때문에 져주기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2014년 드래프트부터 7∼10위 팀에 15%, 3∼6위 팀에 10%를 주는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안돼 3∼10위 구단에 똑같은 확률을 주는 방안을 도입키로 했다. 그나마 이 방안도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도입될 지 미지수다. 한편 12일 경기에선 울산 모비스가 서울 삼성을 98대 85로 이기며 10연승을 질주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