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있는 가입자에 조기노령연금 지급·장애심사 후에도 장애 등급 변경 소홀… 나사 빠진 국민연금

입력 2013-03-12 20:11


국민의 노후가 걸린 ‘사회안전망의 최후 보루’ 국민연금이 제멋대로 운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연금공단이 행정처리 오류 등으로 지난해 잘못 징수·지급한 금액은 11억원을 넘었다. 감사결과 지적을 받은 직원은 1681명에 달했다. 연기금의 지위를 이용해 거래 금융기관에 인사 청탁을 한 직원도 적발됐다.

국민연금공단 감사실은 지난해 42개 지사를 대상으로 종합감사 등 87회의 회계 및 업무수행 적정성 감사를 실시한 결과 621건(1681명)의 지적사항을 발견했다고 12일 밝혔다. 회수·추가지급 등 재정상 처분 조치를 내린 금액은 11억8456만5000원에 이른다. 과다 지급해 앞으로 환수할 금액이 5억7937만9000원, 과소 지급해 추가 지급해야 할 금액이 6억518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경고 수준을 넘어서는 징계를 받은 직원만 모두 14명이었다.

감사실은 지난해 11월 본부 연금급여실을 감사해 장애연금과 조기노령연금 등이 잘못 지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심사를 한 뒤에도 장애등급을 제때 변경하지 않은 사례, 소득이 있는 가입자에게 조기노령연금을 지급한 사례 등으로 총 1억4411만2000원이 잘못 징수·지급됐다. 본부 가입지원실에서는 가입확인대상자 등에 대한 자격관리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었다.

또 감사실은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42개 지사를 종합감사하고 295건의 적정 조치를 내렸다. 가입자가 산재 장해급여를 수령하지 않았는데도 수령한 것으로 착오해 돈을 덜 지급한 사례가 확인됐다.

여기에다 금융권의 ‘슈퍼갑’으로 통하는 국민연금공단의 직원이 기금 거래기관에 부당한 인사 청탁을 하기도 했다. 감사실은 지난해 11월 기금운용본부를 감사해 인사 청탁을 한 직원 1명에 대해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공단 내부의 기밀자료를 자산운용업계에 부정 유출해 비밀엄수 의무를 위반한 사례도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이어지자 매달 빠져나가는 연금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 새 정부가 추진 중인 기초연금이 내년 출범하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역차별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퍼지고 있다. 국민연금 홈페이지에는 “그동안 낸 돈을 돌려 달라”는 청원이 몰려들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지난달부터 벌이는 국민연금 폐지 서명운동에는 현재 7만2800여명이 참여 중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