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참사 비극의 마을 ‘힐링타운’ 탈바꿈… 美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변화

입력 2013-03-12 20:10 수정 2013-03-12 22:21


롭 시블리씨 부부는 저녁을 먹은 뒤 설거지를 미루고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한다. 지난해 12월 14일 이후 달라진 풍경이다. 그날은, 이 동네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날이다. 이곳은 미국 코네티컷주 뉴타운이다.

6∼7세 아이들만 20명이 숨진 그날 이후 석 달이 지났다. 누군가 주유소 한 구석에서 통곡하는 모습은 아직도 이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도넛 가게에 불쑥 들어와 아이들을 위해 대신 돈을 내는 어른들도 있다.

살아남은 이들은 여전히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사고 당시 같은 반 여자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피한 7세 소년은 더 많은 친구를 구하지 못했던 것이 괴롭다. 성탄절과 밸런타인데이에도 뉴타운의 거리는 조용했다. 한 식당은 아예 문을 닫았다. 우체통에 초록색 리본이 달린 집, 종이 매달린 집, 별이 그려진 전봇대. 소중한 누군가를 잃었다는 표시를 마주치지 않고는 이 거리를 오갈 수 없다.

비극이 휩쓸고 간 폐허. 조심스럽게 치유의 싹이 돋는 곳도 있다. 160년 동안 이곳을 지켜온 뉴타운 연합감리교회다. 사건 당시 주민들의 대피소 역할을 했던 이곳은 이제 마을의 중심지가 됐다. 눈물의 기도를 드리든, 하소연을 하든, 뉴타운 주민들은 사건 이후 더 간절히 하나님을 찾게 됐다. 멜 카와카미 목사는 그날 이후 교회 신도들과 주민들은 익숙했던 성경과 찬송가를 새롭게 배우는 기분이라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에 말했다.

“성탄절이었어요. 예수님이 다시 오셔서 눈물을 닦아주실 거란 얘기를 했는데 이전과는 느낌이 달랐어요.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말도 같을 수 없었죠. 마치 새롭게 말을 배우는 느낌입니다.”

비극을 겪은 이들은 무엇 때문에 자신들에게 이런 일이 닥쳤는지 답을 찾기 원한다. “그럴 때는 착한 일을 하고,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치유가 된다”고 멤피스대학 심리학과 로버트 나이미어 교수는 말했다.

교회에 안 다니는 이들도 찾아와 “내가 할 일이 없을까요” 묻는다. 카와카미 목사는 상자를 정리하고 쓰레기통을 비우는 일이라도 시킨다. 무엇이라도 하면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교회 청소년부는 주일 오후에 하던 게임을 총놀이에서 카트놀이로 바꿨다. 아들을 잃은 코왈스키씨 가족들도 참여했다. 누구도 “어떻게 지내요?” “괜찮아요?”라고 묻지 않았다. 그냥 함께 어울렸다.

트라우마를 극복한 이들은 이전보다 더 성숙해진다고 한다. 뉴타운 주민들은 그런 날이 빨리 오길 기다리며 사순절을 보내고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