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부르는 학교폭력 언제 멈출까… 경북 경산서 고교 신입생 유서 남기고 투신
입력 2013-03-12 19:03 수정 2013-03-12 22:34
경북 경산에서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한 고교 신입생이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숨진 학생은 유서에 가해 학생들을 밝혔고, 학교 안에 설치된 CCTV의 허점을 지적해 파장이 일고 있다.
12일 경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7시40분쯤 경북 경산시 정평동 모 아파트 23층에서 청도 모 고교 최모(15·고1)군이 뛰어내려 숨진 채 이 아파트 경비원(70)에 의해 발견됐다.
숨진 최군은 당일 등교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에 의해 확인됐다. 최군은 이날 오전 6시20분쯤 학교에 간다며 집을 나섰다. 이어 오전 7시20분쯤 학교 앞에 도착했으나 등교하지 않았다. 오후 6시40분쯤 아파트로 귀가했지만 중간 행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최군이 기차에 휴대전화를 두고 내렸기 때문이다.
경찰은 최군의 가방에서 A4용지 크기 줄공책 2장 분량의 유서를 발견했다. 유서에는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해서는 교내에 더 좋은 CCTV를 많이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 등이 적혀 있었다. 최군은 키 170cm, 몸무게 80㎏로 작지 않은 체구였지만 2011년부터 숱하게 친구 5명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폭행·갈취 등의 괴롭힘을 당해 왔다고 유서에 남겼다.
특히 최군은 ‘(내)집에서 반년 동안 함께 살았던 김모군이 앞장서 괴롭혔다’고 적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 된 최군 유족들은 할 말을 잃었다.
최군의 아버지는 “김군은 2011년 겨울부터 5개월 넘게 우리 집에서 밥 해먹이고 옷을 사 입혔던 아들 같은 아이였다”며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김군을 아들처럼 데리고 살았는데 이게 화근이었다”고 탄식했다.
최군은 가끔 얼굴에 멍이 들거나 눈밑이 긁히는 등의 상처가 나기도 했지만 번번이 부모에게는 “넘어져서 다쳤다”고 안심시키기도 했다는 것이다.
최군은 또 유서에 ‘학교 여러 곳에 CCTV가 설치돼 있지만 사각지대가 많아 학교폭력을 100% 잡아내지 못한다’ ‘(당국이)돈이 없어서 설치하지 못하는 것은 핑계라고 생각한다’ 등 겉도는 학교폭력 대응책을 지적했다. 최군은 반이나 화장실 등 여러 시설에 CCTV가 안 달려 있거나 사각지대가 있는 데서 괴롭힘을 주로 당했다고 밝혔다. 최군은 ‘학교폭력을 없애려면 CCTV를 더 좋은 걸로 설치하거나 사각지대 혹은 설치 안된 곳에도 판별이 될 수 있을 정도의 CCTV를 설치해야 한다’라고 적었다.
경찰은 가해학생 5명에 대한 조사에 나서는 한편 정확한 피해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 컴퓨터, 학교 관계자 등에 대해 면밀히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최군의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면 장례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경산=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